새해가 밝았다.
새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다국적 컴퓨팅 업체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졌다. 수익 위주의 보수 경영 전략을 탈피해 매출 확대 위주의 공격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구조조정 한파에 시달렸던 지난 해와는 대조적이다. 제2의 도약을 선언한 업체도 적지 않다.
◇공격 경영 시동=한국IBM·한국HP·한국썬 등 대표 다국적 컴퓨팅 업체는 새해 매출 확대를 통해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나설 태세다. 경기 회복 무드가 조성되면서 국내 기업이 전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경기 침체로 수익은 커녕 목표 매출 달성마저 어려웠던 이들은 새해를 벼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조직을 새로 정비하고 제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위너(승리자)로 남으려면 과거와 달리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기업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려해질 것”이라며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고객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모든 기업이 전산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등 대기업군과 대기업의 협력사부터 전산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규모 전산 투자가 한꺼번에 일어나 겉으로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살아나지만, 상대적으로 과실을 먹을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 업체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살아나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에 컴퓨팅업체는 대규모 마케팅과 물량 공세를 통해 경쟁업체를 완전히 따돌릴 계획이다. 1위와 2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상위업체와 후발업체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은 모두에게 목표 달성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M&A가 판도 바꾼다=외부적으로 M&A에 촉각이 곤두선다. 지난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사 간 M&A가 활기를 띠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바뀌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새해도 컴퓨팅 업체간 M&A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이슈다. 오라클의 경우, 경쟁업체인 피플소프트와 JD에드워드를 인수한데 이어 시벨시스템즈까지 우산속에 넣어 한 순간 세계 최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업체로 변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이베이스, CA 등도 M&A를 통해 업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은 “다국적 컴퓨팅업계에 M&A 열풍이 불고 있다”며 “윈윈 조건만 맞는다면 누구라도 짝짓기를 하는 것이 대세”라고 설명했다.
◇토종 업체와 협력 바람=국내업체와 협력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컴퓨팅 환경이 복잡 다단해지면서 다양한 솔루션이 요구됨에 따라 다국적 컴퓨팅업체와 토종 소프트웨어(SW)간 협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다국적 컴퓨팅업체 혼자 모든 솔루션을 다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일정 시장점유율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토종 솔루션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IBM과 한국HP는 현재 독립솔루션벤더(ISV)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SAP 등 SW업체들도 국내 업체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HP는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도 솔루션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외국계 컴퓨팅 업체와 국내 솔루션업체간 협력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주도할 컴퓨팅 기술 10가지
새해는 어떤 컴퓨팅 기술이 시장을 주도할까.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에 따르면 새해는 이기종의 복잡한 전산 환경을 단순화하면서도 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기술과 유비쿼터스 환경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들이 잇따라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시장을 주도할 10가지 컴퓨팅 기술을 소개한다.
1.온디맨드 컴퓨팅=기업은 사업 부서나 애플리케이션에 종속된 이종 플랫폼의 증가로 비즈니스 밸류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콘솔리데이션과 표준화를 통해 비용과 복잡성을 감소시켜야 하며, 가상화된 유틸리티 기반의 전산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2.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비즈니스 전략의 라이프 사이클은 단축되고 있다. 따라서 새 비즈니스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의 프로세스는 변화해야 한다. IT의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역량 증가를 위해 관리를 강화하고 기존 투자 자원의 재사용성을 최대화해야 한다. 전사적인 IT 자원의 통합이 요구된다.
3.애플리케이션 업그레이드=신규 비즈니스 역량 지원과 애플리케이션 관리 비용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사용 중인 패키지 애플리케이션의 진단 및 평가를 통해 기능을 개선하고 버전 업그레이드를 수행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4.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와 데이터웨어하우징(DW)=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 요구사항이 급증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는 기업내 시스템에 산재하고, 시스템 간 데이터 무결성이 지켜지지 않아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했다. BI와 DW가 해결책이다.
5.보안 개선=기업 보안 투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보안 환경 구축은 점점 더 어려워 지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전산실 차원에서 차단으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협력업체와 파트너가 늘어나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 등으로 기존 보안 시스템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6.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IT 투자를 비즈니스 전략에 연계하는 전략, 즉 비즈니스 밸류에 근거해서 IT 투자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것이 비즈니스 밸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A는 IT가 어떻게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솔루션 차원이 아닌 전사 차원에서 제시, 전사 비즈니스 밸류와 이익을 높여준다.
7.IT 아웃소싱=IT 인프라 아웃소싱은 기업 내 주요 기술 인프라의 구축 및 운영을 위한 총소유비용을 감소시키고, 신규 기술의 도입과 발전 속도를 높인다. 전통 아웃소싱은 비용 절감과 최신 기술 및 고급 기술인력의 활용을 위해 수행한 반면 최근에는 기업 아키텍처 플랜에 기반을 두고 IT 인프라의 최적화에 중심을 두고 있다.
8.네트워크 업그레이드=지난 수년간 IT 시장의 침체에 따른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부재는 기업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더이상 현재 비즈니스 요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야기했다. 최근 급변하는 IT 트렌드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전사 네트워크 인프라의 업그레이드 시기가 도래했다.
9.유비쿼터스 컴퓨팅=기술 혁신으로 불가능했던 비즈니스 전략 실행이 가능해졌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기술 혁신이 비즈니스 밸류 증가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게 네트워킹해 비즈니스 정보가 생성, 전송, 저장, 분배되는 것을 가능케 한다.
10.재난복구(DR)=IT 서비스 중단은 비즈니스 밸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1시간 중단시 1억원 상당의 수익이 낮아지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가용성이 0.09%만 낮아져도 년간 8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DR을 통해 IT 서비스 중단을 방지해 비즈니스 밸류를 보존해야 한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