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엔컴퓨팅 사무실. 회사 분위기는 여느 벤처 기업과 마찬가지지만 사무실 한쪽 벽에 마치 보험 회사에서 봄직한 ‘빨간’ 막대 그래프가 새겨진 커다란 상황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띤다. 빨간 막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각 나라 수출 실적표다. 상황판에 표시된 막대 그래프만 대충 어림 잡아 20여개. 즉 20여개 나라에 제품을 공급해 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엔컴퓨팅은 해외 시장의 작은 거인이다. 국내 보다는 해외 시장을 목표로 창업했고 올해로 설립 3년째지만 창업 이념은 여전히 바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해 지금은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인도·러시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엔컴퓨팅의 위상은 대기업 부럽지 않다. 아직 수출 규모 면에서 50억원 안팎이지만 제품을 사용해 본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러브 콜’이 들어 오고 있다. 송영길 사장은 이를 “앞선 기술력과 적절한 틈새 시장 공략 덕분”으로 해석했다.
엔컴퓨팅의 주력 제품은 ‘멀티 유저’ 컴퓨팅 단말기. 이 제품은 PCI 카드 형태로 여러 사용자가 유휴 컴퓨팅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PC 한대를 케이블로 모니터에 연결해 여러 명이 쓸 수 있는 개념이다.
컴퓨터 업계에 10년 넘게 몸 담은 송 사장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송 사장이 제품 개발을 끝내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개발도상국. ‘1가정 1 PC’가 기본인 정보화된 선진국 보다는 비록 시장은 작지만 이제 막 정보화에 눈 뜨는 이들 지역에서 더욱 수요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처음 샘플을 사용한 국가에서는 가격과 품질 모두를 만족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예 일부 국가에서는 생산 공장을 지어 주겠다는 제안까지 들어 왔다. 최근에는 신흥 시장 뿐 아니라 미국 최대 소비자 유통망인 ‘베스트바이’에 자사 브랜드 공급에 성공해 미국 전역 700여 판매점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수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지난 해에는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1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송 사장은 “독자적으로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해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해외 틈새 시장 개척에 주력한 결과”라며 “해외 시장에서 토종 기술의 매운 맛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