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정보보호기업으로 거듭나자

 국내 정보보호 업체들이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잇달아 기술협력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바람직하고 기대가 되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 정보보호 업체의 기술이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라고 하겠다. 특히 지식정보 사회를 맞아 IT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을 통한 홈뱅킹과 사이버 주식거래, 행정 정보화 등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문제는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트렌드마이크로 등이 국내 정보보호 업체에 제품 공동 개발을 포함해 구체적인 기술협력을 제의해 온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고 본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그동안 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결과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면 상당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안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안철수연구소의 안티바이러스 엔진인 ‘V3’를 자사 제품에 탑재해 시험중인데 상반기 안에 ‘안티젠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을 선보인다고 한다. 서버 백신 솔루션 업체인 트렌드마이크로도 국내 패치관리솔루션(PMS) 기업인 소프트런의 ‘인사이터’를 자사 백신과 연동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코스닥에 등록한 다른 정보보호 업체와 하드웨어 보안장비 부문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시큐아이닷컴은 유수의 네트워크 장비 기업 2곳과 계약을 하고 보안장비 공동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정보보호 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우리는 올 상반기 내 국제공통평가기준상호인정협정(CCRA)에 가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내 보안 시장은 문을 열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정보보호 기업에 대한 다국적 기업의 기술협력 제의는 우리 기업들한테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번에 보안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면 시장이 개방돼도 외국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효과보다는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반대가 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상당한 경영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 보안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속적인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야 하고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과 기술협력 시 우리 기업들은 보유한 핵심기술의 유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는 곧 특허관리와 직결되는 일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기업에 기술협력을 제의하는 것은 국내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국내 보안 시장은 재편될 수밖에 없다.

 정보보호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내수가 침체돼 경기가 안 좋을수록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보보호 업체들이 다국적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경우 중국과 동남아·유럽 등지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한층 유리해질 것이다.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신기술이 등장하면 구기술이 되고 만다. 경쟁이 치열해도 우리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다면 걱정할 게 없다. 정보보호 업체들이 이번에 다국적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