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1일 제39회 과학의 날(과학기술부 출범일)에 맞춰 민·관 공동의 ‘과학진실성위원회(OSI: Office of Scientific Integrity) 설립 지침’이 마련돼 공포된다. 황우석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민간(과학기술계)의 자정 노력과 정부(과학기술부)의 관리·감독 강화 의지가 손을 맞잡는 것이다.
김영식 과기부 기초연구국장은 12일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투명하고 수준 높은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데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연구 윤리 및 과학진실성위원회 추진 방향을 과학기술계와 충분히 협의한 뒤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 운용하는 미국식보다 연구기관 자율성이 강조되는 영국·독일식에 바탕을 둔 가이드라인을 검토중”이라며 “6월까지 비슷한 제도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일본보다 빠른 4월 과학의 날에 맞춰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먹을거리, 차세대 성장동력 등 성과 중심 정책을 지향해 온 과기부가 불혹(40세)에 걸맞은 자기 반성과 함께 여러 각도(민·관)의 연구 성과 검증 체계에 눈을 돌렸다. 과기부는 OSI 설립 지침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관련 제반 검증 규정도 함께 개정할 계획이다.
OSI 설립 지침은 10개 안팎의 조항으로 간략하게 구성하되 ‘황 교수 때문에 피해(간섭)를 입는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음을 감안,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에게 ‘자문역’ 이상의 역할이 부여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비춰 이르면 올 상반기에 국내 첫 상설 OSI가 등장할 전망이다.
황우석 거짓 논문 파문의 진원지인 서울대를 비롯, 연구 중심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선도적으로 OSI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대학과 연구기관별 자체 OSI를 과기부나 보건복지부의 과학기술자 부정 행위 관리·감독 기구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처음 시작돼 미국 내 거의 모든 대학에 설치된 환경·안전·보건기술 검증 기구인 ‘엔지니어링&공공정책(EPP:Engineering & Public Policy)’도 벤치마킹 대상의 하나다. EPP를 주창한 존 그레이엄 박사가 미국 과학기술 예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민·관 협력 감시 체계가 정착된 상태다.
영국의 선진 과학기술 위험관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오규진 과기부 서기관은 “영국은 총리실 산하에 과학기술 위험관리위원회를 두고 보건안전청·과학기술청 등과 함께 교차 검증(cross checking)을 한다”며 “지진·태풍 등 자연 재해만큼이나 과학기술 성과의 윤리·사회적 영향과 위험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지적했다.
김원국 명지대 교수(과학기술사회연구소)는 “과학기술 정책이 가속 페달만 밟아왔을 뿐 브레이크가 없었다”며 “네트워크화한 사회를 맞아 정부와 기업이 ‘국익’을 앞세워 과학기술 정책을 밀어붙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기업·국민이 공감하는 ‘위험 협동통치(Risk Governance)’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은용·조윤아기자@전자신문, eylee·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