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셋톱박스업계가 휴맥스 독주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홈캐스트·가온미디어·토필드 등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던 주요 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이 잇따라 20∼30%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셋톱박스산업의 ‘허리’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맥스는 지난해 매출이 612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99% 가량 급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하지만 가온미디어와 토필드는 전년대비 최고 33%까지 매출이 감소하고, 홈캐스트도 전년과 비슷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두업체 휴맥스와 2위 그룹간 매출 격차는 2004년 2000억원 안팎에서 지난해 4000억원대로 2배 이상 벌어졌다. 휴맥스의 지난해 매출은 6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셋톱박스시장의 10%, 국내 셋톱박스업계 매출의 60∼70% 가량을 차지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중동시장을 주로 공략해온 2위 그룹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초기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은 반면 휴맥스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본격 진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중동시장에 저가 중국산 제품이 넘쳐나면서 이익률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부터 주력시장을 유럽시장으로 바꾸는 추세”라며 “유럽 방송사와 초기 공급계약이 원활하지 않아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성은 1% 가량 개선됐다”고 말했다. 반면 휴맥스는 미국 위성방송사 디렉TV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때문에 2위 그룹 업체들은 지난해 유럽 공략을 강화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전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북미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는 7월부터 미국 케이블TV시장이 오픈케이블 방식으로 바뀌어 국내 업체들의 진출도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최근 셋톱박스시장은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하고 PVR 등 고부가 컨버전스 제품 판매 확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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