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인터페이스 표준을 둘러싼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와 풍부한 저장용량, 고선명(HD) 화질이 컴퓨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각 진영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는 것. 게다가 올해는 새 표준에 기반을 둔 초기 제품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어서 표준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여러 개의 표준에 모두 참여하는 ‘멀티’ 전략을 펼치는 데 반해, LG전자는 우세한 진영에 집중하는 ‘올인’ 전략을 택해 주목된다.
◇각 진영 ‘세 불리기’ 한창=차세대 표준과 관련해 올해 IT업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DVD와 같은 광 저장장치를 둘러싼 경쟁. 소니 주도의 블루레이와 도시바 진영의 HD DVD가 뜨거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각 컨소시엄 멤버도 쟁쟁하다. 블루레이는 소니·삼성전자·필립스·LG전자 등이, HD DVD는 도시바를 비롯해 인텔·MS 등이 참여하고 있다. 블루레이는 용량은 크지만 호환성과 가격에서 다소 밀리고, HD DVD는 가격과 호환성 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
PC와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를 둘러싼 표준에서는 ‘UDI’와 비디오전자표준위원회(VESA) 주도의 ‘디스플레이 포트’가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차세대 표준은 기존 PC와 모니터의 대표 규격인 VGA와 HDMI를 대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커넥터 하나로 모니터·HDTV 등 모든 디스플레이와 연결해 HD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UDI 진영에는 LG전자·애플·인텔 등이 참여하며 디스플레이 포트는 델·HP 등이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홈 시장을 겨냥한 CPU 프로세스 진영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텔은 ‘바이브’ 플랫폼을 주력으로, AMD는 ‘라이브’ 브랜드를 주력으로 100여개의 연합군을 이미 결성한 상태다. 인텔과 AMD는 이달 초에 열린 CES에서 주요 PC업체와 공동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표준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밖에 프린터 등 주변기기 인터페이스와 관련해서는 대세로 굳어진 ‘픽트 브리지’에 맞서 코닥·올림푸스·니콘 등이 ‘이미지링크’를 앞세워 대중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삼성전자·LG전자 ‘엇갈린’ 전략=글로벌 표준화에 가장 앞서 나가는 국내 업체는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러나 표준 선점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향인 각론에서는 조금씩 엇갈린 상태다.
삼성전자는 일단 표준화 추이를 보면서 ‘주판알’을 튕기는 전략인 반면 LG전자는 가능성 있는 표준을 확실히 밀어주자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먼저 차세대 저장장치와 관련, 삼성전자는 원래 블루레이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HD DVD 진영에도 관여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은 아예 두 가지 표준을 모두 지원하는 상용 제품을 올 하반기경에 내놓을 계획이다. 반면 LG전자는 기술 추이를 관망하고 있지만 블루레이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새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태도는 엇갈린다.
LG전자는 UDI 진영을 이끄는 대표주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LG전자는 올 2분기경 ‘UDI 1.0’ 규격이 확정되는 대로 이를 지원하는 PC·모니터 등 신제품을 동시에 내놓고 시장 표준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UDI와 디스플레이 포트 진영 모두 보드멤버 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인텔과 AMD 등이 주도하는 ‘디지털 홈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PC와 디지털가전 사업부문의 미묘한 경쟁관계를 고려, 적극적 의견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인텔 진영의 손을 들어 주고 있는 형국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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