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수가 1만 개 돌파를 앞두고 있지만 지난 IMF이후 한때 봇물을 이루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의 창업은 몇 년째 바닥세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12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주요 연구기관 9개의 연구원 창업을 집계한 결과 지난 2000년 102개이던 것이 지난 해엔 22개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ETRI와 KAIST를 제외할 경우 2001년 이후 총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창업빈도가 빈약한 실정이다.
연구원 창업 실태=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의 연구원 창업은 대부분 ETRI와 KAIST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ETRI는 지난 2000년 55명에서 2001년 36명, 2002년 21명으로 급감 추세이긴 하지만 2004년 15명, 지난해엔 16명이 창업하는 등 1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KAIST 교수창업의 경우 2000년 15명을 정점으로 2001년 이후 매년 평균 2.4명꼴로 창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개 기관을 제외한 창업은 2001년 이후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생명연은 단 한 건도 없고, 표준연·기계연·항우연 1건, 지질연 2건, 에너지연·원자력연 4건 등으로 나타났다.
창업 왜 저조한가=연구원들은 △체감 경기의 하락 및 벤처기업의 빈익빈 부익부 편중 현상 △벤처창업의 대박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저하 △출연기관의 빈약한 창업지원 시스템 등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연구와 창업을 병행할 수 없는 출연연의 경직된 운영 시스템이 연구원의 창업을 저해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관의 특수성도 연구원의 창업을 가로 막는 불가피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우연의 경우 연구원 창업때 △2년 휴직 및 복귀 보장 △연구소 시설 및 기자재 활용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개발 제품이 발사체나 위성 등과 같이 비용과 리스크가 크다 보니 국제적 품질인증이 선행돼야 하는 점 등이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활성화 대안 없나=연구원들은 벤처 창업 붐이 되살아 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창업자금지원과 마케팅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창업했다 실패할 경우 사회 구조상 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창업의지가 있어도 쉽게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에선 연구원 창업 펀드 조성도 정책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 창업을 포기한 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가진 것은 기술밖에 없는데, 금융기관이 담보를 요구해 일단 창업 계획을 유보했다”며 “파트타임 실험실 창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관 차원에서라도 눈치보지 않고 창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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