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등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박막액정디스플레이(TFT LCD) 분야에서 핵심 기술 유출 시도가 또다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단속으로 적발됐다. 유출이 시도된 공정은 총 2620억원이 투입된 기술로, 이번 사전 적발로 1조원이 넘는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됐다.
16일 국정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퇴직 직원이 TFT LCD용 컬퍼필터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다가 국정원과 수원지검에 의해 적발됐다. 특히 이 기술 유출에는 삼성전자 현직 과장급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정원 등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퇴직연구원들이 세계 최첨단 공정을 취급하는 현직 TFT LCD 생산인력 및 기술을 빼내 중국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외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중국 선전에 1만5000평 규모의 TFT LCD 컬러필터 제조공장 건설계획(일명 중국선전프로젝트)을 추진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기술 유출을 기도한 정황을 확인해 용의자를 긴급 검거했다.
이에 따르면 주범인 박모씨는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 배씨와 공모해 기술을 유출한 데 이어 재직시 친분이 있던 공정별 전·현직 핵심 연구원 12명에게 고액 연봉을 미끼로 스카우트를 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세계 최고 수준 TFT LCD 핵심 인력 및 생산기술을 유출해 중국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주범 박씨는 중국 측 투자자금으로 컬러필터 라인 1개, TFT LCD 라인 1개, 모듈라인 2개 및 유틸리티 시설, 클린룸 등 중국 선전에 모든 공정이 가능한 공장 설립을 기도하면서 필요인력 12∼15명을 조직적으로 포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측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TFT LCD 컬러필터 매출액이 6억달러에 달하고 매년 20% 이상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어 만약 유출됐을 경우 향후 5년간 막대한 피해 발생이 불가피했다”며 “특히 이 기술을 활용해 박씨가 2단계로 추진한 LCD 및 OLED 공장이 설립됐다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