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희망을 찾다’
지난해 벤처기업들은 유가·원자재가 급등과 원화 강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잠시 증시 호황으로 오랜 만에 자금조달이 원활해졌으나 벤처 원조, 벤처 신화 등으로 불렸던 일부 업체들의 분식회계로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그래도 희망은 벤처’라는 인식이 되살아난데다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이라는 ‘단비’가 발표되면서 올해는 벤처업계의 허리를 펴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09년까지 4년간 매년 2000억원씩 총 1조원을 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증시 회복과 함께 벤처캐피털 업계의 투자규모도 지난해 6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벤처업계는 모처럼 ‘훈풍’이 불어올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정보가전 분야 벤처 업계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올해 소비 심리가 8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넘는 등 내수 회복 조짐이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이는 올 한 해 사업 계획에도 반영돼 G마켓의 경우 지난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30∼40%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산층들도 지갑을 열고 있는 데다 올 6월 독일 월드컵 특수로 가전 소비가 늘 것이 확실해지면서 또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업체인 디지털큐브 역시 ‘손안의 TV’ 시대 본격화로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디지털TV 보급 확대에 따른 후광 효과로 셋톱박스 업계 역시 해외 수출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 하락은 제조업 중심인 가전 분야 벤처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 반도체 및 부품 분야의 중소·벤처 기업의 화두는 사업 다각화와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다. 엠텍비젼이나 코아로직·토마토LSI 등 각 분야에서 입지를 굳힌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섰고 올해 그 성공 가능성을 타진할 방침이다. 엠텍비젼은 디지털 이미지 분야에서 DMB 칩으로, 토마토LSI는 LCD 구동 칩에서 OLED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부품 분야도 마찬가지다. 작년 상반기까지 카메라폰이나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하던 부품 업체들은 슬림폰과 디지털 TV라는 새로운 황금광맥을 찾아 나섰다. 특히 슬림폰에 필요한 초슬림 부품과 디지털 TV용 BLU는 높은 부가가치가 예상된다. 수출도 반도체 및 부품 분야의 중소·벤처 기업의 당면 과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면서도 해외 글로벌 전자 업체를 잡는다면 업계 선두주자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및 부품 중소·벤처 기업은 올해 중견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 2000억원, 부품 업체에서 3000억원 이상의 기업이 새로 등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산업전자 분야에선 지능형서비스로봇과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분야 회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능형서비스로봇은 정부가 전담팀 신설, 공공수요 창출 사업 등 정책지원을 늘리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유진로봇은 청소로봇인 ‘아이클레보’로 초기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상반기 청소로봇 신제품과 완구로봇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 분야 선도업체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SKT와 모바일 네트워크 활용 가정용 로봇개발 시범사업을 벌인 모스트아이텍은 케이컴스로부터 15억원 투자를 받으며 주가를 올렸고, 우리기술도 지능형 서비스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DVR업체 중에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디스 외에도 탄탄한 경쟁력을 인정받는 윈포넷, 경영권 안정화에 이은 성장을 노리는 코디콤 등이 주목받고 있다. 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도 새해 DVR를 주력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생체인식 업체들은 정부의 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올해 공공 수요 창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디지털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