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을 가다]성애병원

[정보화현장을 가다]성애병원

 성애병원은 조용하다. 종이차트(의무기록)를 찾느라 뛰어다니는 의료진이나 약처방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선 환자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성애병원이 ‘종이 없는’ 첨단 디지털 병원으로 거듭나면서 각종 서류업무와 부대업무가 크게 줄고 환자의 건강회복이라는 최상위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성애병원은 광명 성애병원과 대방 성애병원을 합쳐 1100병상을 갖춘 종합병원. 작은 규모의 병원은 아니지만, 일찍부터 의료 전산화에 투자한 덕에 서울대병원, 연세대 신촌병원 등 초대형 병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첨단 의료 전산시스템을 갖췄다. 이미 97년 전자처방전시스템(OCS)을 도입했으며 2000년에는 방사선 사진 자료 등을 전산으로 전달하는 의료영상저장 및 전달 시스템도 갖췄다.

 특히 최근 성애병원이 도입한 전자차트(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시스템은 첨단 디지털 병원의 모범 사례로 더욱 주목된다. 성애병원은 한국후지쯔의 EMR 솔루션을 외래 진료부터 입원 진료까지 도입했는데, 수년간 자체적으로 쌓아온 의료 정보화 노하우를 접목, ‘한국형 EMR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EMR를 도입하면서 여러 서버에 분산 운영 중이던 처방, 의료비 청구, 전사자원관리 등의 업무도 대형 서버에 통합함으로써 환자의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성애병원 측은 EMR 도입을 ‘1석 5조’라고 평가했다. 환자가 기다리는 시간이 줄고 인건비와 의무기록실 유지비용이 감소했으며 차트 자료의 오류나 분실 위험도 낮아졌다. 성애병원은 의무기록실 규모나 인원이 동급 규모의 5분의1 수준이다. 또 의사와 간호사가 언제 어디서나 환자 기록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다. 또 의료 전과정을 통계화함으로써 각종 질병 연구를 위한 의학적 기초 자료 확보에도 상당히 유리하다.

 성애병원의 의료전산화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의료 데이터웨어하우스(DW)구축과 진료 정보 검색 시스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인터뷰-김석호 상임이사

 “의료 전산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김석호 성애병원 상임이사는 전산에 의존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병원 경영으로는 의료 질 저하와 인건비 상승, 환자 불만족, 병원 경영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그는 2000년에는 관계사로 의료 정보화 전문업체 SA넷도 설립하는 등 의료 정보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의료 정보화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죠. 의사들에게 첨단 시스템을 쓰도록 설득하는 일이 어디 쉽겠습니까?”

 기존 종이 차트를 증상별로 최적화된 디지털 서식으로 전환하는 데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의료 정보망에 접속할 수 있는 u병원을 구축해 진정한 환자 중심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