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06-대기업·중견기업(Ⅰ)]유선통신-"통·방융합 파고 넘자"

유선 통신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올 유선 통신 시장은 통방융합에 따른 제도 변화 가능성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머지않아 도래할 융합 시대에 맞춘 영업 전략 수립과 차세대 먹거리 찾기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 통신사들의 전열 정비 움직임이 새해 벽두부터 한창이다. 특히 올 유선 시장은 개별 기업이나 그룹차원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난 몇 년간 잠잠했던 인수·합병(M&A)의 회오리가 다시 불어닥칠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도 어느 해보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온세 매각 어디로·하나로텔레콤 운명은 = 조만간 결론이 날 온세통신의 매각, 그리고 외자가 경영권을 틀어쥔 하나로텔레콤의 운명, SK텔링크에 이어 유선 시장으로 진입이 한발 더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SK네트웍스 등 올 유선 시장은 그야말로 시장 재편의 이슈가 곳곳에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해로 구조조정과 두루넷 합병을 마무리지었다. 또 외자측을 대표한 박병무 의장(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사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사장으로 취임한다. 하나로텔레콤측에서는 ‘단기 매각 의사가 없음’을 거듭 강조하지만, 업계에서는 M&A에 대한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고, 이것이 유선시장 재편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콤은 KIDC 인수 등 자회사 합병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또 초고속인터넷 소매사업을 자회사인 파워콤에서 맡게됨에 따라 파워콤과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한 공존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신흥세력으로 SK그룹도 주목받고 있다. 별정사업의 20%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SK텔링크에 이어 SK네트웍스는 그룹 내 VoIP 사업을 전담하는 형태로 통신 사업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 유선전화 연착륙 속 차기 먹거리 개발 특명 = 유선 통신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유선전화가 하향곡선을 그린지 오래다. 그러나 작년에는 하향폭이 비교적 둔화세로 바뀌면서 통신사들은 유선 전화 사업의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유선 매출에 여전히 기대, 단시간내에 장기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정비에 본격 나설 태세다.

 우선 KT의 경우는 거대 네트워크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PCS 재판매에 기반한 컨버전스 상품 영업 강화, IP TV 및 와이브로 서비스 등의 방송융합 서비스 사업 본격 진출, 그리고 u시티·콘텐츠 등 신규사업 강화 등 신규 사업 개발에 한창이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도 기존 유선사업과 초고속인터넷 사업 외에 VoIP, 그리고 결합상품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 불붙는 초고속 시장,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 기존 사업이지만, 새로운 시장으로 변화 가능성을 안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올 유선 시장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진출로 이미 전초전을 치른 KT 등 주요 유선 통신사는 투자 계획을 공세적으로 전환하면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KT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후발 주자에 대한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KT 스스로가 견인한다는 분석이다.

 KT는 가입자망 부문의 고도화를 위해 올해 대비 33% 늘어난 투자를 준비중이며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경우 지역별 가입자를 5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영업 목표를 세웠다. 하나로텔레콤은 약 2000억원을 투자, 광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광랜 가입자망(커버리지)을 전국 60%로 확대하고 기존 연립·단독주택에도 광랜(또는 FTTH, 100Mbps급 VDSL)을 보급할 계획이다. 파워콤은 마케팅비를 포함해 35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웠다. 신규 아파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높은 가입자당매출(ARPU)을 기대할 수 있는 광랜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한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TV(SO) 사업자들이 오는 7월부터 기간통신사업자로 편입됨에 따라, 상반기를 지나며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SO를 둘러싼 법리논쟁도 한바탕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신임 CEO 체제로 출발하는 유선 3사

올 유선통신 시장은 새로운 CEO 중심으로 새 출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중수 KT 사장은 지난해 8월 부임했지만,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올해를 실질적인 경영 원년으로 볼 수 있다. 남 사장은 시작 첫 해, 출발선을 ‘바닥’에서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월 기업 IR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지만, 올 매출 목표를 작년 매출에서 최대 5000억원 가량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를 위해 회계 기준을 과감하게 바꾸고, ‘외형적인 거품’을 거둬낸다는 방침이다. 이런 전략을 고려할 때 남 사장 임기 향후 2년간 KT는 향후 통·방융합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개선은 물론 그에 따른 사업구조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인프라를 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콤과 파워콤도 박종응·이정식 신임사장 체제로 새롭게 정비했다. 지난해 파워콤을 인수, 파워콤의 소매사업 진출을 획득한 데이콤은 올해 각사의 경쟁력과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박종응 신임 사장은 부임 후 20%의 팀장을 전격 교체하고,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부임 초기부터 일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박 사장은 데이콤의 체질 개선, 내부 경쟁력 강화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로텔레콤 역시 오는 주총을 통해 박병무 신임 사장 체제로 가동될 예정이다. 박 신임 내정자는 이에 앞서 기존 임원진을 대거 교체하고, 특히 외국기업 한국지사 경험이 많은 이들을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M&A 전문가인 CEO와 외국기업 경영 스타일에 익숙한 임원진들에 대해 업계에서는 ‘통신 분야 비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기간통신 업무 상 필요한 대 정부정책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병무 대표 내정자는 “통신 전문가가 특별히 필요하냐”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 중심의 하나로텔레콤의 변신과 영업력이 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6 유선통신 시장 이슈 2선

◇ IP TV = 올 유선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는 역시 IP TV다. 현재는 KT만이 전력 투구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통방융합의 대표 아이템이자 유선 통신사의 변신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사업 영역이라는 점에서 돌파구만 마련되면 다른 유선 통신사도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P TV가 연내 ‘실시간 방송’의 성격으로 서비스가 100%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IP TV 사업 허가를 둘러싼 정통부와 방송위의 힘겨루기 △ SO의 반대 △ 법적 토대 마련을 해야하는 국회 공전 △ 6월 방송위원 교체 등의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T는 IP TV 사업을 어떤 형식이든 연내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KT의 IP TV 사업은 신규 사업 자체의 의미보다는 일단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다시한번 부흥기를 맞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VoIP = 그간 기업 단위에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주로 접근했던 VoIP 서비스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070 인터넷전화 상호접속이 완료되면서 후발 기간·별정 사업자들이 올해부터 본격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사업허가가 한번 보류된 케이블사업자연합회의 VoIP 사업이 상반기 중 허가될 경우 VoIP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의 한 축을 차지하면서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기존 사업자 중에서는 데이콤이 포털 사업자와 연합을 통한 착·발신 VoIP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데이콤은 NHN과 협력을 체결, NHN 메신저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해온 VoIP 사업을 착·발신으로 본격 확대할 계획이며, 조만간 자사 VoIP 프로그램이 내장된 USB메모리폰 공급을 시작, VoIP 대중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