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2)긴급진단①시장활성화 정책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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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 관련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높아지고 로봇업체에 대한 투자제안도 줄을 잇고 있다. 이같은 로봇시장의 훈풍은 지난해 여름 이후 쉴새없이 ‘재료’를 쏟아낸 정부가 진원지다. 지난해 말부터 100만원대 국민로봇 사업, 로봇산업 전담팀 부처내 신설, 사회안전로봇 개발 등의 정부발(發) 뉴스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책드라이브는 노무현 정부 출범후 10대 성장동력사업을 선정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정부는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 이상 성장하고 전후방산업을 주도하는 미래의 스타산업이라고 판단했다. 첨단융합기술과 고령화·노동력부족 사회라는 미래 트렌드에도 부합된다는 분석. 정부는 산자·정통부의 정책지원을 통해 총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2013년 국내 총생산 300억달러, 수출 200억달러의 세계 3위 로봇강국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업을 앞당기기 위한 산자부와 정통부의 로봇 육성정책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정통부가 ‘100만원대 국민로봇사업’으로 발을 디뎠다. 네트워크형 로봇과 부품공용화 등으로 100만원대의 지능형서비스로봇을 올해 10월께 상품화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산자부는 과기부의 로봇사업을 넘겨받은데 이어 정부부처로는 처음으로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로봇산업팀을 신설, 로봇정책의 구심점을 만들어냈다. 산자부는 이를 중심으로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지역클러스터, 시범사업, 인력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산자부는 특히 각종 로봇 플랫폼의 개발성과가 드러나는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해 로봇상용화 경쟁에 뛰어든다.

정부가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시범사업으로 이어지는 육성모델을 숨가쁘게 현실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오버페이스’에 대한 우려도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책에서 옮겨붙은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과 참여가 뒷받침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정부가 산업의 씨앗을 심은 TDX전자교환기, CDMA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의 경우도 하나같이 삼성, LG, KT 등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심을 발휘해 이뤄졌다. 정부의 육성과 허가정책이 기업의 전략과 맞물려 성공사례를 만든 것.

차세대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미래형자동차, 바이오, 차세대 전지 등 다른 산업군은 대기업의 전략적인 접근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로봇은 장밋빛 시장전망과 달리 아직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이 본격적인 행보를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청소로봇 등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지능형서비스로봇을 시장에서 상품화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기업들의 냉혹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빠진 산업의 체력은 아직 부족하다. 200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매출은 총 3784억원 규모. 이중 산업용 로봇을 제외한 서비스로봇은 500억여원이고 이중 교육용과 완구용을 제외한 나머지는 200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로봇콘텐츠 분야의 발굴도 시급하다. 정책과 투자의 러브콜에 산업계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할 경우 발전속도를 늦추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로봇정책 드라이브 소식을 접한 일본, 미국의 로봇관련 연구소들이 한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설정하고 관련 정보교류를 꺼리는 등의 현상이 생겼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제품개발력도 문제지만 상품구상과 마케팅 개발 능력이 떨어져 적잖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생활문화를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되 성급한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시장참여를 유도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진국의 로봇정책

로봇강국들의 지능형로봇 경쟁이 치열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일본, 미국, 독일 등 기존의 강국들은 지능형 로봇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앞선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세계 최강의 로봇 기술국인 일본은 더욱 강력한 로봇산업 육성 전략을 세웠다. 일본은 ‘7대 신사업’의 하나로 로봇을 선정, 지난 2001년 이른바 ‘21세기 로봇챌린저 계획’을 발표했으며 2004년에는 ‘네트워크 로봇 기술개발사업’을 출범시켰다. 오는 2020년까지 로봇 산업을 현재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자동차 시장 규모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이 지향하는 차세대 로봇은 공공의 성격이 짙다. 해마다 높아지는 저 출산율과 급속한 노령화에 대비해 로봇으로 노동력을 대체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국방산업을 바탕으로 한 로봇시스템과 인공지능연구 면에서는 따라올 국가가 없다. 군사·우주·보안 분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가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일관된 산업화 추진이 주목받는다. 특히, 전문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상용화도 최근 큰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정보사회기술계획(IST)의 5번째 중점 과제로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국립정보기술센터와 스위스 제네바 대학 등 10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시각 보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 사업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초소형 로봇, 스위스는 인공지능기술 개발을 통한 시각칩과 청각칩 등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863계획의 일환으로 10개 로봇개발응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만도 지난해부터 연 100억원 규모로 국가 로봇연구에 돌입했다. 중국과 대만은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산업의 최대 경쟁세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이호길 지능형로봇사업단장

“한 독일의 경제학자는 ‘시장이란 소비자의 마음에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마음속의 시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할 때입니다.”

이호길 지능형로봇사업단장은 “로봇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 보다는 로봇상품이 탄생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내 로봇업계의 수준은 로봇을 만드는 능력에 비해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구상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이 단장의 진단이다.

콘텐츠 능력과 마케팅 능력이 없어 아직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만들어낸 혼다 ‘아시모’와 소니 ‘아이보’의 혁명을 주목해야 합니다. 콜럼부스의 달걀과 같은 건데…. 아시모는 처음으로 보행 메커니즘 연구에서 벗어나 로봇이 몸의 중심을 한 다리에 싣는 걸음을 실현했죠. 아이보는 로봇에 처음으로 감성과 즐거움이라는 개념을 넣었습니다. 이는 현재 일본의 로봇 상품화 능력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로봇 자체의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마니아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데 주목했다.

“대기업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는 마케팅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시장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으로 로봇이라는 실체를 찾는 소니정신을 벤치마킹 해야합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