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코아로직-글로벌 SoC 기업으로

코아로직은 올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기업과 진정한 SoC 업체로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코아로직은 올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기업과 진정한 SoC 업체로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1+1=3이 되는 것을 찾아라.’

 코아로직(대표 황기수 http://www.corelogic.co.kr)은 휴대폰 카메라의 신호를 처리해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세서 전문업체다.

 이 회사는 매출이 나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연간 매출 1000억원 클럽에 가입했고 이제 2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국내 대표 팹리스 업체로 자리잡았다.

 황기수 사장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팹리스 업체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기 위해서는 또 한단계의 도약이 필요하다”며 “그 도약을 위해서는 제품 개발에서부터 조직 경영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1+1=3이 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한단계를 뛰어넘는 발전을 이루지 못할 때에는 미래는 밝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진정한 시스템반도체(SoC) 업체로 뛰어오르는 것이 올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다. 이를 위해 우선 170명의 조직을 올해 23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칩으로 휴대폰 혁명을 주도한다=코아로직의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칩(MAP)이다. 카메라뿐 아니라 캠코더 동영상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칩을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 코아로직이다.

 시초는 98년 IMF 위기를 겪는 속에서 모든 이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4명의 직원과 함께 비메모리 개발에 도전한 것이었다. 이미지 센서의 광 신호를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해 2001년까지 PC 카메라용 칩부터 지문 인식 프로세서에 이르기까지 제품 개발과 성공을 반복했다.

 그러다 2001년 LG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이어 MAP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매출도 급격히 뛰었다. 매년 3배 이상 성장을 거듭했고 3년간 5393%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코아로직이 개발한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는 단순히 카메라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발전시킨 주역으로 성장했다. 결국 코아로직은 칩 하나로 휴대폰의 일대 혁명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초고속 성장 뒤에는 실패의 아픔도=초기에 개발한 칩들은 너무 빨리 혹은 너무 늦게 개발되기도 하며 시기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PC 카메라 칩은 너무 늦게 나왔으며, 듀얼모드 칩을 개발해 내놓자 시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지문 인식 칩도 너무 빨랐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잘 만드느냐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만족시켜야 한다고 판단, 시스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CAP)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잘 적용해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 외장형은 물론이고 내장형 카메라 칩 개발시, 고객사와 세부 부분까지도 합의를 해 시장 요구에 적합하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초기 CAP를 LG전자와 함께 개발했던 경험은 고객과의 신뢰와 협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길 수 있게 했다. 이것은 새로운 가능성인 중국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2004년 중국과 동남아 일대에는 사스(SARS)가 휩쓸어 다국적 기업들은 줄줄이 일시 철수를 단행했다. 코아로직은 중국을 떠나지 않았다. 중국인은 코아로직의 이런 모습에 감동했고, 세계 휴대폰 시장 4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올해 글로벌 SoC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계획이다.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에 3D 그래픽 지원, RF, 베이스밴드 등 모든 것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해 내는 진짜 SoC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규모도 뒤따라야 한다.

 황 사장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 중에는 주식 시가 총액이 1조원에 이르는 업체들까지 나오고 있어, 한때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이전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며 “이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아로직은 인수합병(M&A)을 누구보다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코아로직은 ‘1+1=3’이라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국내나 미국 벤처기업과의 M&A를 다각적인 면에서 검토중이다. 황 사장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면 코아로직이 ‘인수 대상’이 되어도 좋다고 말하곤 한다.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활동 범위를 최대한 넓힐 생각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에도 연내 지사를 설립,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연구원이 본 우리회사

-장경아 선임연구원 

 ‘최근 3년간 5393%의 경이적인 매출 성장률’ ‘아시아·태평양 고속 성장 500대 기술 기업 4위’ ‘한국반도체기술대상 세계으뜸기술상 수상’ 등등.

 모두 내가 몸담고 있는 코아로직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 영역만을 맡고 있는 연구소의 엔지니어로서 이러한 회사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연구원인 내가 코아로직을 최고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외부의 그 어떤 평가가 아닌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나의 동료들의 모습에서다.

 입사 당시와는 다르게 회사의 성장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2년 전 30여명에 불과했던 동료 연구원이 이제는 120명으로 늘어났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국내 IT산업을 이끌어가는 휴대폰의 미래 기술을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일이 많아지고 조직이 커질수록 서로 독려하고 챙겨주기란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러나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개발 일정에서도 생일에는 자그마한 케이크를 앞에 두고 동료, 상사 할 것 없이 축하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코아로직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동료들과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보람이다.

 “나는 한국의 SoC 개발자들의 실력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매월 개최되는 호프데이에서 사장님이 엔지니어 고참 선배로서 늘 하는 말이다. 연구 인력이 회사 성장에 있어 최고의 자산이라 믿는 경영철학과 사내 분위기는 연구원들로 하여금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노력하게 만든다.

 90년대 말 벤처 붐 이후 많은 국내 시스템반도체(SoC) 기업들이 세계적인 SoC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게임이나 인터넷 벤처들과 달리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전무했다고 하더라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나 대만의 SoC 전문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과연 그런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기업, 바로 내가 몸담고 있는 코아로직이 국내 SoC 업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끄는 사람들

 코아로직은 경영기획관리본부와 마케팅영업본부, 연구소가 호흡을 맞춰 성장을 일궈냈다. 이 세 조직을 융합해서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황기수 사장.

 황 사장은 반도체와 통신, 컴퓨터까지 두루 거친 이 분야 인재 중의 인재다. 30세가 넘어 유학길에 오른 늦깎이 학구파였던 그는 89년에는 현대전자에서 비메모리 분야 설계임원으로 일하며 코아로직의 터전을 마련했다. 지금은 회사 내 경영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대표 팹리스 업체 리더로서 다른 업체들과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코아로직은 지난해 전문경영과 해외 마케팅 강화를 위해 정창시 부사장과 박명종 부사장을 영입했다. 두 사람을 영입했던 것만으로도 이 업계에서는 ‘뉴스’가 될 만큼 최강의 멤버를 구축한 것으로 부러움을 샀다.

 정 부사장은 코아로직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조직체계를 혁신한다는 과제를 맡았다. 정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MBA 출신으로 현대건설·현대중공업·현대전자·델파이·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소디프이앤드 등을 두루 거치며 전문경영인의 자질을 익혔다.

 박 부사장은 미국 반도체 회사인 사이릭스의 지사장을 지냈으며, 국내 반도체 유통·솔루션 업체인 유니퀘스트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간의 경력을 통해 아트멜·인텔·인티그란트·트라이패스 등 다양한 반도체 기업의 제품에 대한 영업 경험을 갖고 있어 반도체 전문 영업맨으로 통한다.

 박 부사장의 영입을 통해 코아로직은 국내 영업뿐 아니라 중국 내 영업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유럽·미주·일본·대만 등 해외 영업망을 넓혀 나가는 데 있어 최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코아로직의 젊은피 이석중 이사는 연구소장(CTO)을 맡아 연구소를 진두지휘한다. 99년 말 코아로직에 합류해 듀얼모드 카메라 칩, PC 카메라 칩, 2차원 바코드 칩, 외장형 CAP, 내장형 CAP, 멀티미디어 칩 등을 설계했다. 오늘의 코아로직을 만든 주역이다.

 그는 연구원들에게 밤 10시를 넘기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독특한(?) CTO다. 낮시간의 근무 집중도를 더 높이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제 37세인 그는 업계에서도 모션 JPEG 전문가로 정평이 날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