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인테리어 가전으로 꾸며요"

 ‘가전은 없다. 인테리어 가전만 있을 뿐이다.’

 기술 간 장벽이 없어지고 감성디자인이 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인테리어 가전’ ‘가전의 인테리어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테리어 가전이란 주방가구와 동일한 색상과 재질로 꾸미던 빌트인 가전에서 나온 말이지만 지금은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심지어는 청소기까지 파급되고 있다. 집안 분위기와 어울리면서, 그 자체가 인테리어 소품화되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색상이다. 올해 선보이는 에어컨 신제품만 하더라도 레드, 블루, 오렌지, 핑크, 와인, 골드, 실버 등 ‘없는 색이 없다’. 색의 강도도 예년보다 세져 원색에 가까운 색상이 줄을 잇는다. 한마디로 파격적이고 과감해졌다.

 공작새가 날개를 폈을 때의 화려한 색상이라는 ‘피콕 블루(LG전자)’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원색톤이다. 에어컨이 한 해 출시되는 가전제품의 바로미터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레드 바람’에 이어 올해도 강렬한 천연색이 시장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LG전자 DA디자인연구소의 성태현 선임연구원은 “에어컨 자체로만 보면 색상이 강렬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집안 전체적인 인테리어 관점에서 보면 ‘묻히는’ 색상”이라고 설명한다. 벽지의 색이나 문양, 가구와 같이 놓으면 전혀 ‘튀지 않는다’는 얘기다. 성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백색 가전제품이 지금 유행하는 벽지에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LG전자 DA디자인연구소의 김영돈 주임연구원도 “현재 인테리어 추세는 모던, 내추럴, 클래식이 모두 공존하는 혼재 상태”라며 “각각의 인테리어 경향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형색색의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라고 거든다. 가전제품이 인테리어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패널 교체형 제품도 부상하고 있다. 집안 분위기에 맞춰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의 전면 패널을 교체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출시한 클라쎄 콤비타입 김치냉장고 16개 모델은 본체와 서랍을 모두 컬러 리모델링할 수 있다. 대우일렉 국내영업팀의 김병진 차장은 “패널만 교체하면 새 제품을 구입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사나 리모델링한 소비자로부터 반응이 좋다”고 설명한다.

 LG전자가 올해 내놓는 액자형 에어컨 신제품은 전면부 면적이 작년보다 좌우 각각 2㎝ 넓어졌다. 덕분에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에어컨인지 액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 외에 아남전자서비스와 코퍼스트가 수입, 판매하는 난방기 역시 가전에 부는 인테리어 바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두 회사가 판매하는 전기벽난로는 전원을 꽂으면 불꽃이 보여 실제 장작을 태우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남전자서비스의 김주항 이사는 “난방은 기본이고, 불꽃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인테리어 가전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전제품 디자이너들도 인테리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대우일렉은 인테리어 기능이 강화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디자인 전략기획팀을 운영하는 한편, 제품 구매 타깃층을 초청해 색상을 고르도록 하고 있다. LG전자도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모델하우스 견학은 기본이고, 벽지·가구·커텐 등 집안 인테리어 유행을 예의주시하도록 권하고 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