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IT서비스관리(ITSM)와 이를 위한 지침서인 ITI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TIL 자격증 따기에만 급급한 빗나간 열풍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ITIL 자격증 수요가 급증하고 대우도 좋아지면서 IT 종사자들이 자격증 취득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IT교육 현장 전반이 혼탁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ITIL은 IT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인데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격증이 아니라, 쪽지시험’= ITIL 자격증시험은 크게 파운데이션, 프랙티셔너, 마스터 세 단계로 나뉜다. 엑신(EXIN)·ISEB 등이 교육기관 인증과 시험기관 인증 작업을 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파운데이션 시험은 쪽지 시험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기초과정이기는 하지만 문제 은행식으로 작성된 이른바 ‘족보’가 수험생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는데다 이것만 암기하면 시험은 무사통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고급자 과정으로 꽤 어렵다고 평가받는 마스터 시험에서도 ‘암기용 족보’가 등장하고 있다.
◇IT 교육시장 혼탁=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교육기관도 단기 속성 수업을 내놓는 등 ‘자격자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해당교육기관에서 교육만 들으면 ‘합격’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식의 영업도 성행하고 있다. 한 교육기관 영업 관계자는 “강의의 질이나 교재 등의 품질을 따지지 않고 합격률만 교육기관 선택의 잣대로 삼기 때문에 영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공식인증 교육기관으로부터 위탁 교육을 전개하는 한 SI업체가 자체 교육 과정에서 수강생 100% 합격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한 데 대한 부정행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ITIL 마스터 과정은 서비스 전반에 관한 심오한 내용을 묻고 영어로 작성하도록 돼 있어 100% 합격률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시험문제 유출이나 오픈북(관련 서적을 꺼내놓고 시험을 보는 것) 등의 부정행위 의혹도 제기된다.
◇ITIL 진정한 의미 되새겨야=ITIL 자격증의 공신력 자체가 희석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엔시스의 ITIL 전문가는 “ITIL이 IT 서비스 틀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ITIL 자격증을 가졌더라도 실무 경험을 꼭 파악해 사람을 뽑는다”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액센추어 관계자는 “ITIL 자격증을 가진 고객을 컨설팅했는데 ITIL 기본 프레임조차 이해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면서 “ITIL 자격증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위개념인 ITIL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능력을 계속 계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