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예년보다 두 달 가량 앞당겨 19일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여러 변수가 많은 올해 신속하게 경영체제를 정비하고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조직 개편에서는 ‘해외사업’ ‘컨버전스사업’ ‘차세대 기술개발’ 등 김신배 사장이 특히 강조해 왔던 사항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SK텔레콤의 전현직 주요 인물이 대거 자리 이동을 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직 개편=무엇보다 글로벌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비즈총괄 및 테크놀로지총괄 산하에 ‘글로벌추진실’을 신설하고 7개 부문별로 해외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담팀을 두기로 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SK텔레콤 차세대군의 한 명으로 분류됐던 이석환 전무 내정자가 중국 사업 총괄로 나가, 중국 시장에서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그룹 차원의 의지에 한층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전무는 SK텔레콤차이나·유니SK 등 기존 SK텔레콤의 사업은 물론이고 팬택계열과 합작 설립한 우루무치 휴대폰 생산, 나아가 현지 연구개발(R&D)센터 설립까지 포괄적으로 관장하면서 중국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유무선 및 통신·방송 융합 등 컨버전스 사업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사업 부문 산하에 컨버전스추진본부와 비즈부문 산하에 비즈개발본부를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WCDMA·와이브로 등 차세대 통신 서비스를 적절히 조율하고, 디지털홈·전자태그 등 유비쿼터스 사업을 본격 상용화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또 차세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감안, 테크놀로지총괄(CTO)를 신설했다.
올해 연구개발 예산을 400억원 이상으로 크게 늘리기로 한 것도 기술력 확보에 대한 김 사장의 강한 의욕을 보여준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는 커스터머(영업) 부문 및 네트워크 부문 산하 지역본부를 통합, 광역화하고 유사팀을 대팀제로 확대했다. CRM본부와 고객서비스(CS)본부를 합쳐 ‘CV 추진본부’를 신설한 것이 이런 맥락에서다.
◇인사 특징=임원 인사에서는 무엇보다 관계사 및 자회사 간 교류를 ‘질’적으로 강화한 점이 두드러진다. SK텔레콤의 기술 부문을 진두지휘했던 이명성 전무가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격인 ‘CMO’에 발령날 것으로 알려져, 향후 SK텔레콤과 그룹 차원의 의사소통 기능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준’ 서비스를 탄생시킨 뒤 티유미디어 설립 및 위성DMB 사업을 총괄하고 SK C&C에서 잠시 외유했던 배준동 상무가 SK텔레콤의 핵심 조직인 비즈부문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점도 눈에 띈다.
또 ‘영업통’인 박병근 상무는 자회사인 티유미디어의 부사장에 내정되고, 신임 상무 가운데 한 명도 자회사인 SK텔링크에 발령날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자회사들의 사업 역량 강화에 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티유미디어에서는 임규관 부사장과 나용수 상무가 SK텔레콤으로 원대복귀했다.
조신 전략기획부문장에 이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출신 이인찬 실장이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영입됨으로써, 국내 통신 업계의 KISDI 인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인사 방침이었던 그룹 내 ‘인사 교류’ 원칙과 달리 비IT 계열 관계사로부터 임원 영입이 사실상 전무해 눈길을 끌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