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IBM-SUN, "부진 털고 두자릿수 성장 거뜬"

올해 서버시장 기상도는 지난해 부진을 딛고 크게 도약하는 등 어느 해보다 ‘청명’할 것으로 나타났다.

 HP·IBM·썬 등 국내 컴퓨팅 업체를 대표하는‘야전 사령관’ 3명은 한 목소리로 ‘두 자릿수’ 성장을 낙관해 그만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예고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주력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종전 하드웨어 일변도에서 올해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비중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3사 모두 공공·금융·통신 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할 계획이어서 이곳이 희비를 가리는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빅3 세일즈 사령탑을 통해 올해 서버시장의 시나리오를 예측해 봤다.

 ◇시장은 어느 해보다 ‘쾌청’=국내 서버시장을 주도하는 이 3개 업체는 주요 조사업체의 전망치(평균 8% 안팎) 이상으로 올해 시장을 밝게 봤다. 거의 매일 ‘실적’ 때문에 주판알을 튀겨 누구보다도 숫자에 민감한 이들이지만 매출 목표만은 과욕으로 비칠 정도로 긍정적으로 잡았다.

 전인호 한국HP 상무는 작년 대비 10%, 김태영 한국IBM 전무는 10%대 후반, 천부영 한국썬 부사장은 무려 20%의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수년간 침체 국면에 빠진 서버 경기를 고려할 때 다소 벅찬 목표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경으로 컴퓨팅 시장의 완연한 회복세를 꼽았다. 천부영 한국썬 부사장은 “올해는 그동안 지연돼온 차세대 프로젝트, 내수 진작, 환율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며 “여기에 사이트를 지키고 뺏기 위한 윈백 경쟁이 오히려 시장을 키우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제품 라인업이 ‘모멘텀’=고속 성장을 자신하는 데는 그만큼 탄탄한 제품 라인업이 갖춰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태영 한국IBM 전무는 “지난해 4분기 파워5 프로세서 기반 제품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60% 이상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며 “파워5 아키텍처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게 1순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전인호 한국HP 상무는 “HP에서는 신형 아이테니엄2 기반 서버가 나온다”며 “컴퓨팅 파워게임에서 칼자루는 우리에게 있다”라고 강조했다.

 천부영 한국썬 부사장도 “썬의 역대 제품 라인업 중에서 올해가 가장 좋다”며 “실제 올 6월 결산하는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삼성전자를 포함해도 20∼3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3사는 또 신제품 수요가 가장 많은 공공·금융·통신 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키로 했다.

 천 부사장은 “행자부와 정통부 프로젝트에서 국방까지 공공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대 캐시카우 시장”이라며 “여기에 통신과 금융 분야도 놓칠 수 없는 ‘딜(deal)’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윈백과 서비스 경쟁도 ‘후끈’=하드웨어 영업 수장은 특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전략을 유난히 강조했다.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분야이자 유틸리티 컴퓨팅 등 미래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도구라는 판단 때문이다.

 전인호 한국HP 상무는 올 전략을 ‘블리슨(BLISSN)’으로 요약했다. 블리슨은 블레이드 서버·리눅스·인테그리티·시스템 소프트웨어·스토리지·논스톱의 약자로 그만큼 리눅스와 소프트웨어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설명.

 김태영 한국IBM 전무도 IBM이 보유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시스템과 통합해 제공하는 전략을 고민중이다.

 천부영 한국썬 부사장은 ‘N1’등 선 유틸리티 전략을 통한 SI업체와 공동 프로젝트 등으로 간접적으로 제공해 온 서비스를 직접 챙기겠다며 서비스에 무게중심이 있음을 내비쳤다. 또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어느 해보다 ‘윈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인호 한국HP 상무는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은 HP의 영원한 전략”이라며 “수년간의 경험과 솔루션 확보로 이번 차세대 금융 프로젝트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태영 한국IBM 전무는 “경쟁사가 주도하는 유통 서버(x86·로엔드 유닉스 서버)에서 IBM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x86서버 총판을 경쟁사 이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