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사행성’을 이유로 게임법에서조차 배제시키더니 지난 11일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 근절대책’이란 타이틀로 발표된 이 규제책의 골자는 성인 오락실의 심야영업을 제한하고, 경품 지급 기준을 기존의 약 10분의 1로 낮춘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 발표대로 집행까지 이어진다면 시장은 초토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시간과 경품 기준 모두 아케이드 시장의 아킬레스건으로 결국 ‘문을 닫아라’는 얘기와 진배 없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정부는 아예 사행성 게임의 등급 분류를 배제해 모두 ‘불법’의 테두리속에 집어넣을 요량이다. 지난해 그토록 물의를 빚으며 강행했던 경품용 상품권 제도마저 없앨 움직임이다. 하루아침에 전국 1만4000여 개의 성인 게임장이 생사의 기로에 선 셈이다.
최근 정부의 강도높은 아케이드 게임장 규제 정책 시리즈를 보노라면 강력하다 못해 가혹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고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는 성인 게임장을 무조건 두둔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게임장에서 가산을 탕진하는 사례가 적지않게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다만 규제와 산업 진흥을 동시에 관장하는 정부가 산업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아케이드도 어엿한 게임산업의 한 축이다. 온라인에 묻혀 빛이 발했지만, 세계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름아닌 아케이드다. 게임왕국 일본의 경우 아케이드산업이 자동차산업 규모를 넘어섰을 정도다.
비록 상대적으로 열악하지만, 국내 아케이드 산업도 최근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세계 수준의 IT기술을 바탕으로 선두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고용 창출 등 산업 기여도도 무시하기 어렵다. 일부에선 우리도 잘만하면 몇년안에 일본처럼 아케이드산업을 신 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정부의 산업 육성과 규제는 늘 시소와 같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쪽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규제가 강화될 수록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정부가 균형감만 잃지 않는다면 시소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는다. 마침 아케이드 관련 산업단체가 잇따라 출범한다는 소식이다. 규제도 좋지만, 이 참에 아케이드 산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