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프라인 스포츠를 거의 석권하고 있는 삼성이 마침내 e스포츠계도 평정할 호기를 잡았다. 삼성전자 ‘칸’은 ‘2005 스카이프로리그’ 후기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KTF매직앤스를 4대 0으로 잡고 창단 6년만에 첫 우승에 도전한다. 삼성은 이에따라 오는 21일 달구벌 대구에서 전·후기 싹슬이 우승을 노리는 SK텔레콤 ‘T1’과 숙명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조직력의 삼성이냐, 개인기의 SK냐?’ 이번 결승전은 삼성 특유의 끈끈한 팀워크에서 나오는 조직력과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의 개인기 대결이 1차 관전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단판 승부로 벌이는 빅 매치의 경우 조직력과 개인기 둘 다 승부의 저울추를 돌려놓을 만한 핵심 포인트란 점에서 양팀 모두 예측불허의 접전이 예상된다.
# 단판승부의 향배는 아무도 몰라
수퍼스타를 보유하지 못한 삼성의 최대 강점은 누가뭐래도 조직력이다. 프로게이머출신 ‘홍일점’인 김가을감독을 중심으로 변은종, 최수범, 박성훈, 이창훈, 송병구 등 신·구 선수들이 잘 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포스를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월초 ‘2005 KeSPA(e스포츠협)컵’에서 예상을 뒤엎고 정상에 오른 것이나, 이번 후기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연전연승하며 결승에 오른 것도 특유의 조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맞서는 SK텔레콤의 강점은 단연 화려한 개인기다.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황제’ 임요환을 정점으로 ‘악마토스’ 박용욱,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괴물테란’ 최연성 등 메이저 우승 경력을 보유한 수퍼스타가 수두룩하다. 여기에 ‘프로토스 킬러’로 불리우는 전상욱을 비롯해 김성제, 성학승, 윤종민 등 당대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주장인 임요환을 중심으로 팀워크까지 좋아져 전력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저그 대 테란의 싸움(?)
삼성과 SK의 이번 결승전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저그와 테란 두 종족간의 대결구도다. 삼성은 상대적으로 저그 유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팀이고, SK텔레콤은 최정상급 테란 유저들이 팀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단 종족 상성상 다소 우위를 갖는 테란 종족에서 강력한 포스를 내는 SK텔레콤이 조금은 유리해 보인다.
SK텔레콤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을 비롯해 그의 애제자이자 저그킬러로 불리우는 ‘괴물테란’ 최연성, 수비형 테란의 진수를 선보이며 ‘프로토스 킬러’로 자리매김한 전상욱 등 막강 테란 진용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임요환과 최연성은 메이저 대회에서 여러차례 우승을 경험한데다 단판 승부의 대회에서 기발한 전략을 꺼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삼성은 ‘저그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예 프로토스 3인방중 하나인 송병구가 에이스급으로 맹활약중이지만, 팀의 중심은 역시 저그다. GO와의 준플레이오프 에이스결정전과 KTF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등 중요한 길목에서 1승을 챙기며, 결승 진출의 일등공신은 변은종을 비롯해 박성준, 김근백, 이창훈, 이재황 등 정상급 저그 유저들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7차MSL 패자 결승에서 저그유저인 GO 마재윤이 SK ‘괴물테란’ 최연성을 3 대 0으로 셧아웃시켰 듯, 프로의 세계에서 종족의 상성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 의외의 변수가 승패 가를 듯
모든 스포츠의 세계는 의외성이 존재한다. 전력 이외의 변수가 승패를 가늠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얘기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KTF를, 그것도 4대 0으로 셧아웃시킨 것도 의외의 결과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결승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전력면에선 SK텔레콤의 근소한 우세가 예상되지만, 뚜껑을 열기전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수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삼성의 상승세가 최대 변수다. 마치 한국축구가 지난 2002한일 월드컵에서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4강까지 직행했었던 것처럼, 삼성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무색케하며 GO와 KTF를 연파하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결승전 출전 선수의 오더도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과 KTF의 1, 3차전 개인전 오더가 경기 결과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삼성이 기선을 제압했던 1차전 승리의 주역 송병구는 대 프로토스전 강자인데, 마침 박정석이 출전했고, 3차전에서 KTF의 ‘폭풍저그’ 홍진호를 압도하며 승리를 챙긴 변은종 역시 저그킬러중 한명이다. 스타리그 전문가들은 “큰 경기일 수록 심리적인 요인 등 마인드 콘트롤이 중요한 변수”라며 “상승세의 삼성과 관록의 SK텔레콤의 대결 역시 어느팀이 안정적으로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