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서러움은 끝났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우승 트로피를 쥐어보지 못했던 ‘목동저그’ 조용호가 데뷔 6년만에 꿈을 이뤘다. 지난 14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벌어진 ‘싸이언배 MSL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KTF 매직엔스 조용호 선수는 5전3선승제로 벌어진 경기에서 GO 마재윤 선수를 3대 1로 가볍게 누르고 상금 2500만원과 함께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이날 2회 연속 MSL 우승을 노리던 마재윤은 끝내 조용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번 결승은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저그 대 저그전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용호는 과감한 전략과 침착한 대응으로 마재윤을 흔들었다.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기세를 탄 조용호는 3세트를 내준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4세트에서 승리를 거둬 최종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 직후 조용호는 “지금까지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부모님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용호는 “충분한 전략과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는데 경기가 의외로 잘 풀렸다. 승리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위해 전략 구상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이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연습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용호는 자신이 이긴 1, 2, 4 경기가 그동안 짰던 전략에 맞춰 진행됐다고 말해 그동안 연습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짐작케 했다.
이번 대회에서 조용호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이미 승자조결승에서 마재윤을 이기며 결승전에 선착했지만 상대전적이 6대5로 엇비슷한 실력이었기 때문에 쉽게 누가 이길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마재윤의 승리를 점쳤다. 최근 조용호가 마재윤에게 2패를 당해 이번 경기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조용호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KTF는 e스포츠계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우면서도 2년 이상 팀전과 개인전을 모두 합쳐 단 한차례도 우승을 하지 못한 불명예를 깨끗이 씼어냈다. KTF는 지난 2003년 이윤열의 겜티비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2년 간 개인전 정규시즌 타이틀을 한차례도 차지한 적이 없었다. 또 박정석과 홍진호가 각각 두 차례씩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언제 승리를 확신했나.
▲ 1, 2 경기를 이기고 3경기에서 졌지만 4경기를 치르면서 승리할 것이라 자신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초반 빌드가 빠르다고 판단해서다.
-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어떻게 연습을 했나.
▲ 초반 저글링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고 이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하루 평균 연습시간을 보통보다 2시간 정도 늘렸다. 특히 동료선수들과 경기를 한 것이 큰 도움을 줬다.
- 상금이 2500만원인데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 경기에 부모님이 많은 심적 도움을 주셨다.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는 데 쓸 예정이다. 나머지는 저축을 할 것이다.
-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KTF 팀원들이 그랜드파이널 대회 때문에 삭발을 할 정도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랜드파이널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그랜드파이널 대회를 준비, 우승을 안겨주고 싶다.싸이온배 MSL 스타리그 결승 경기가 열린 광주 염주 체육관에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1000여명의 학생들로 복새통을 이뤄 진행 요원들이 진땀을 흘려.
관계자들은 “e스포츠의 열기가 이처럼 지방에서도 뜨거울 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노심초사. 하지만 경기가 아무런 사고 없이 축제 분위기로 끝나자 “e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관객들의 태도도 많이 성숙해 졌다”고 안도하는 표정.
한 관계자는 “광주광역시가 지방에 위치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관객이 적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다”며 “우려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것을 보고 e스포츠가 대중스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흥분.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용호상박격의 응원전을 펼쳐 눈길. 조용호와 마재윤 두 선수의 팬들은 비슷한 인원수가 입장, 치열한 응원전을 펼치면 경기장 분위기를 열기로 뜨겁게 달궈.
MBC게임 한 관계자는 “두 선수의 팬들이 엇비슷해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지지 않아 경기가 더욱 박진감있게 펼쳐진 것 같다”며 “경기 시작전 날씨가 추워 걱정했는데 기우였을 뿐이었다”고 안도.이날 경승전이 벌어진 광주 염주체육관에는 부모의 손을 잡거나 아기를 안고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눈길.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A씨는 “가족과 함께 주말에 즐길만한 곳을 찾다 광주에서 e스포츠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 찾아왔다”며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
주최측은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는 부모가 많아지는 것을 볼 때마다 e스포츠가 세대차이를 극복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노력할 다할 것”이라고 약속.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