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1부 기술은 언제나 `변화의 축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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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유선환경의 변화

통신, 방송간 융합은 디지털이라는 공통 ‘유전자’에 의해서 관련산업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진화과정을 의미한다. 즉 서비스별로 구분돼있던 통신과 방송 플랫폼간 경계가 희석되고 디지털화된 음성, 영상, 데이터서비스가 유무선 광대역 네트워크와 지능형 단말기를 통해 소비자(수용자)에게 다중 전달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신호, 압축·신호 처리기술이나 광대역 네트워크, 지능형 단말기 발달은 디지털 융합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 유선 네트워크 관점에서 통·방 융합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는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망기반 IPTV 서비스, 종합유선방송사업(SO)의 케이블TV망 기반 인터넷전화(VoIP)서비스를 들 수 있다.

각 진영에서 준비중인 통·방 융합 서비스를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할 때 융합 조건은 이미 무르익었다. 두 서비스 모두 해외에서 수년 전 시작,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유선네트워크에서 통합 융합 기술 발전에는 정부가 90년대 들어 초고속인터넷망 보급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했다는 점을 가장 큰 동인으로 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닷컴 붐과 인터넷 보급 급속한 확대, 그리고 정보격차 해소 차원에서 초고속인터넷가입자망 홈패스율 100% 목표를 세운 우리 정부의 정책은 궁극적으로 IPTV 서비스가 전국단위에서 구현될 수 있는 기본 인프라 확충에 톡톡한 역할을 하게 됐다.

물론 IPTV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전체 가입자망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ADSL 기반을 최소한 VDSL이나 FTTH 급 기반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과제는 남아있다. 즉, 대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IPTV 사업을 준비중인 KT는 품질이 보장되는(QoS)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후발 유선사 역시 올해부터 본격 FTTH 보급에 적극 나설 태세다.

SO의 VoIP는 과거 별정사업자의 서비스와는 다른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즉, 국내에서 VoIP 서비스가 시작된 지는 오래지만 통신사업자의 VoIP는 전국단위의 시내망을 갖춘 KT에 대한 의존도, 그리고 기존 유선사업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우선한 KT를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더디게 발달해왔다. 그러나 SO들은 VoIP 서비스의 가장 큰 기본 요건인 ‘전국단위의 자가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SO의 VoIP 서비스는 시작과 함께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케이블망 기반의 VoIP 사업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기존 망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아니더라도 VoIP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화, 인터넷, 방송을 묶은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는 케이블 진영에서 먼저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라면 케이블 사업자들은 사업 허가와 동시에 최소 구 단위까지 나뉘어있는 SO 자사 서비스 지역 내에서는 통화료 무료 혹은 대폭인하, 타 지역 통화시 서비스 요금 부과 등의 차별적인 결합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편 방송네트워크상의 융합 서비스에서는 현행 아날로그 케이블망의 디지털 전환 정도가 기술 발전에 비해 뒤졌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최성진 교수(서울산업대)는 “융합 서비스의 공통 항목이 디지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케이블망의 디지털 전환이 통신망의 디지털 전환에 비해 뒤졌다는 점은 현재 산업간 경쟁에서 방송이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전문가 조언-유선망에서 융합서비스로 

◇융합의 종착지는 홈네트워킹 서비스- 최성진 교수(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방·통 융합의 최종 목표는 ‘홈네트워킹’이다. 출발 플랫폼이 어디든간 단말기·네트워크·서비스 융합은 궁극적으로 홈네트워킹 서비스로 구현된다. 홈네트워킹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통신·제어·보안·엔터테인먼트 등 4요소가 필수조건이다. 특히 4요소 중 소비자 요구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가 홈네트워킹 확산의 결정적 요인이다. 통신사업자가 IPTV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 역시 웬만큼 갖춘 3개 요건 외에 남은 콘텐츠 확보 필요성 측면이다. 반면 방송 진영의 경우 표준이나 공익성 등 통신과는 다른 변수와 함께 발전해왔기 때문에 네트워크 측면의 진화가 늦었다. HDTV 조기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 셋톱박스 기능을 내장한 케이블 레디 DTV 표준을 조기 도입하고, 독자적인 케이블 BcN 구축을 위한 세부 기술 표준도 조기에 제정할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 수용자 요구에서 결정난다-이수영 교수(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통신네트워크는 동영상, 방송은 양방향 서비스 측면에서 각각 한계가 있다. 융합은 기존 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사업자의 의지와 네트워크의 진화가 맞물려 나타나는 것이다. ‘통·방융합’ 또는 ‘방·통융합’으로 싸울게 아니라 미디어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게 중요하다.

융합의 핵심에 있는 IPTV는 기본적으로 양방향 서비스이다. 일방형(송신) 관점만을 다룬 방송법이 IPTV를 포함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디지털=양방향=수요자 선택’에 대한 등식 시각이 중요하다. 앞으로 등장하는 모든 융합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산업활성화 측면보다 수용자 입장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수용자의 선택성, 기회확대 여부가 서비스 도입의 가장 큰 기준이 돼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