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주변기기 업체들 "자동차 시장 잡아라"

PC주변기기 업체들 "자동차 시장 잡아라"

 PC 주변기기 업체의 자동차 시장 공략이 뜨겁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업체 수가 불과 한두 개에 그쳤지만 한 달이 채 안 된 현재 5, 6개 업체가 잇달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같은 열기는 DMB·와이브로 등 이동성을 강조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를 자동차에서 즐기려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PC 시장이 정체를 보이는 반면, 자동차와 IT 만남은 이제 시작이어서 시장 전망이 밝다는 점도 업체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 시장, PC 주변기기 업체의 블루오션으로=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용 IT기기 시장(텔레매틱스 포함)은 매년 100%가 넘는 성장을 지속, 오는 2007년 3조2000억원 규모를 보일 전망이다. 이 중 중소 주변기기 업체의 주 무대인 DMB수신기·내비게이션 등 단말기 시장은 올해 3500억원, 2006년 5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는 한 자릿수 성장률에 그치고 있는 PC 시장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자동차 관련 시장 규모가 급팽창할 조짐을 보이자 PC 주변기기 업체들이 서서히 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만 해도 에이앨테크·디비코·햄팩스 등 5, 6개 PC 주변기기 업체가 차량용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DMB수신기 제조 업체를 포함하면 자동차 시장 진출 업체는 10개를 훌쩍 넘는다.

 특히 이들 업체는 과거 자동차용 AC어댑터(일병 시거잭)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대시 타입, USB 호스트 기능 제공, 전용 리모컨 등 100% 자동차만을 위한 제품을 개발중이거나 공급을 앞두고 있다.

 DMB수신기 제조 업체 햄팩스의 최경섭 사장은 “과거 차량용 제품은 자동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가 옵션 정도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업체가 자동차 전용 제품을 염두에 두거나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들 어떻게 준비하나=먼저 디빅스플레이어 등 기존 PC용 멀티미디어 기기를 개발하던 업체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이 눈에 띈다.

 에이엘테크(대표 김정렬)는 이달 초 차량용 디빅스플레이어 ‘CMP(Car Media Player)’를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조수석 외부에 장착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인대시 타입으로 설계돼 자동차 보드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다.

 에이엘테크 측은 “디빅스 파일 재생뿐만 아니라 USB 호스트 기능을 지원, 노트북PC 등 외부 기기와 연결이 가능하며 DVD 데크도 장착돼 있다”면서 “표준 설계로 거의 모든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어 출시 전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DMB수신기는 아예 출시 초기부터 셋톱박스와 LCD모니터를 묶어 자동차 시장을 공략중이다. 또 각종 IT기기가 자동차에 집결됨에 따라 일부 업체에서는 이를 통합 지원하는 리모컨도 준비중이며, 맥산 등의 업체는 PC 시스템 전체를 자동차에 맞게 개조해 출시하고 있다.

 ◇영업 방식에도 변화=자동차 시장은 업체들의 유통 방법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동네 인테리어숍의 추천이 소비자 제품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만큼 이를 전담하는 영업 부서도 신설되고 있다. 또 PC 잡지 광고보다는 자동차 잡지 광고 비중이 늘고 있는 등 새롭게 열리는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위해 업체들이 맹렬한 영업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PC 주변기기 시장은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데 비해 자동차 IT기기는 공임(설치 비용) 등이 포함돼 판매 단가를 더 후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업체 참여를 늘리는 요인이다.

 이는 조립PC 시장 초기에 설치 어려움으로 조립비를 받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때문에 일부 PC 주변기기 업체는 아예 카 인테리어 서비스를 위한 자동차 정비교육도 하고 있다.

 이지웅 디비코 사장은 “최근 자동차 전용 제품 안내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대응중”이라면서 “차량용 시장은 설치 비용을 포함해 수익성이 높아 향후 새로운 수익처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에이엘테크가 개발한 차량 전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