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 서비스 해줄 곳 어디 없소?"

팹리스업체 생산 차질 빚는 초유의 사태 야기

반도체 후공정서비스가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국내 팹리스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4년 국내 팹리스업체들이 전공정에 해당하는 팹(파운드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은 있지만, 후공정서비스로 인해 제품 생산에 차질까지 빚는 초유의 사태가 야기되고 있다.

 특히 주문이 밀리면서 후공정업체들이 물량이 적은 신규업체의 시제품 제작은 모두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은 팹에서 생산된 소자를 패키징·테스팅하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최종단계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후공정 수요가 급증하면서 통상 2주일이 걸리던 이 부분 서비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달 이상 소요돼 패키지 시간 지연으로 팹리스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연간단위 대규모 계약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 팹리스 업체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품 출시가 갈수록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양산제품에 비해 물량이 적은 신제품 및 시제품은 후공정업체들로부터 아예 외면받고 있어,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팹리스 업체의 모 사장은 “지난 12월에 웨이퍼까지 나온 신제품이 패키지 우선 순위에서 밀려 아직도 출시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이라면 테스트까지 마치고 신제품이 나와야 하지만 이 달 말 혹은 다음달이나 돼야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사장은 “양산제품이 아닌 신제품은 웃돈을 주고라도 패키지업체에 매달리고 있으나 이마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90년대 후반 밀레니엄 특수기에 후공정업체들이 대거 생산능력을 높였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손해를 본 뒤,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증설에 보수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후공정은 갑자기 늘리기도 어렵고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증산계획도 없다”며 “결국 수익성 문제이기 때문에 공동구매(한꺼번에 모아서 패키징) 또는 국내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배려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반도체후공정 서비스 시장은 앰코·ASE·스태츠칩팩 등 다국적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하나마이크론·네패스·시그네틱스 등이 주요 업체다.

 한세희·문보경기자@전자신문, hahn·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