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후기리그 결승

‘관록의 명가냐 처녀 출전의 패기 눌러’

스카이프로리그 후기리그가 결국 명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SK텔레콤 T1은 삼성전자 칸을 4대3으로 누르고 후기리그 우승컵을 차지했다. T1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전·후기리그 우승컵을 모두 차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강의 팀임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 막판에 ‘삼성돌풍’을 일으키며 파죽의 연승행진을 이어온 삼성전자 칸은 첫 결승진출이 우승으로까지 이어지는 행운을 기대했으나 끝내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지난 21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2500여명의 관람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스카이프로리그 후기리그 결승전에서 T1은 초반에 칸에 2대0으로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3대3까지 스코어를 끌고 간 뒤 최연성 선수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이번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전기리그에서 뛰지 못했던 최연성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변은종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를 차지했다.

최연성은 이날 9배럭에 이어 벙커러시를 가는 듯한 페이크를 준비한 뒤 확장에 나섰다. 소수의 병력으로 상대 앞마당이 원활히 돌아가지 못하도록 견제한 플레이도 성공했다. 결국 최연성은 변은종의 러시를 잘 막아내며 앞마당을 파괴, 항복을 받아냈다.

T1은 이날 승리로 50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받았으며 그랜드 파이널 직행 티켓을 거머쥐며서 여세를 몰아 올해 최고의 e스포츠 팀으로 군림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T1이 이미 전·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최고 팀 자리를 차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T1은 파격적인 전략을 동원, 칸의 파죽의 연승행진을 막았다.

칸은 T1이 새로운 전략을 들고 이번 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도 패배의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최연성 선수가 구사한 새로운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아쉬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T1 주훈 감독은 “경기가 너무 긴박하게 흘러 초반에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다”며 “전상욱이 3경기를 이기면서 어쩌면 이길수도 있다는 예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 감독은 또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지만 MVP를 받은 최연성에게 최고 수훈을 돌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칸 김가을 감독은 경기 패배 직후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T1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특히 이번 대회는 T1의 전략적 승리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정기리그로는 처음 결승까지 올라와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 경기를 잘 풀어 갔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더욱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후기리그 우승팀이 됐는데 소감은.

▲ 전기리그에 이어 후기리그까지 석권함으로써 최강의 팀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돼 기쁘다. 다만 결승까지 올라온 칸에는 미안하다.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 있을 그랜드 파이털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언제쯤 이번 대회 승리를 예감했나.

▲ 솔직히 경기가 너무 긴박하게 흘러 예감할 수 없었다. 초반 2대0으로 질때는 경기에서 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전상욱이 3경기째 이기면서 어쩌면 이길수도 있다는 예감을 받았다. 마지막 최연성이 변은종의 본진을 칠 때 승리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 그랜드 파이널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생각인지.

▲ 며칠 쉬면서 전략을 다시 한번 구상할 생각이다. 그런 이후 선수들과 합의해 맹연습할 계획이다. 프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습 아니겠는가.

- 오늘 가장 잘한 선수를 꼽는다면.

▲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그러나 역시 MVP를 받은 최연성이 마지막에 잘 해줘서 기쁘다. 오늘의 최고 수훈은 최연성이라 본다.○…우승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경기 시작전부터 SK텔레콤 T1의 주훈 감독과 삼성전자 칸의 김가을 감독은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며 이번 대회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표출.

주훈 감독은 “삼성전자 칸이 어렵사리 올라온 것은 알지만 이번엔 상대를 잘못 만났다”며 “단지 준우승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이에 질세라 김가을 감독은 “우승을 위해 이곳 대구에 내려왔다”며 “T1의 콧대를 꺽어놓을 것”이라고 큰소리.

이 광경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경기 시작전부터 상대방의 기를 꺽어 놓기 위한 신경전이 뜨겁다”며 “그동안 보여준 저력면에서는 T1이 앞서겠지만 파죽의 연승행진을 이어온 칸이 의외의 승자가 될 수도 있어 경기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뜸.

○… 전국의 눈과 귀가 대구로 향해

전국 e스포츠 팬들의 눈과 귀가 대구로 쏠리면서 2500여명의 관람객이 들어선 대구실내체육관은 e스포츠의 뜨거운 열기로 한겨울 추위도 날려버려. 관람객들은 체육관 2, 3층을 다 채운 가운데 경기가 자정까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지켜보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

경기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더욱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경기장에 찾아왔는데 직접 와 본 것이 잘한 것 같다”고 만족스런 표정.

○… 열띤 취재열기도 볼거리

스카이프로리그 후기리그 취재를 위해 수십명의 기자들이 대거 현장에 몰려 e스포츠계 ‘레알 마드리드’인 SK텔레콤 T1과 연승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라온 삼성전자 칸의 인기를 실감.

현장에 온 한 기자는 “이번 후기리그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 취재 경쟁도 더욱 치열한 것 같다”며 놀라는 눈치.

e스포츠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멀리 대구까지 내려와 당황스럽다”며 “그만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기쁘다”며 만족감을 표시.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