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관행을 깬 부품업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국내 부품업계의 가장 큰 고객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독점 거래를 원한다.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는 LG전자를 포기해야 하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품업체 처지에서야 최대 고객이 원하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독점거래가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몇몇 부품업체가 이를 무너뜨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고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1위를 달린다. 매출은 물론이고 수익성에서도 경쟁 업체를 멀리 따돌리고 업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계열 부품 업체가 버젓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결과라서 더욱 빛이 난다.
독점 관행을 깬 가장 대표적인 부품업체는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 발광다이오드(LED)를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삼성전자 물량의 30%, LG전자 물량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LED업계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반도체는 무려 18%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서울반도체 성과의 배경에는 탄탄한 특허 관련 경쟁력이 있다. 서울반도체는 10여명의 인력으로 특허문제를 전담하는 법무팀을 운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장대현 서울반도체 법무팀장은 “일본 닛치아가 전방위 특허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 관련 지적재산권의 확보는 가장 중요하다”며 “세트업체도 이 점을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노칩테크놀로지(대표 박인길)는 시장 선점으로 독점 관행을 무너뜨렸다. 이 회사는 LC필터와 칩 배리스터 기능을 합친 휴대폰용 ESD 필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두 개의 부품을 각각 쓸 때보다 공간은 물론이고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당연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트업체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회사는 올해 600억원의 매출에 145억원의 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노칩테크놀로지의 경쟁력은 단연 연구개발이다. 박인길 사장은 대표이사와 부설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제조업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직원의 20%에 육박하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일반 중소기업의 두 배가 넘는 7%에 달한다. 박 사장은 “부품업체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고부가 제품의 시장 선점인데 그 주역이 연구개발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파워로직스(대표 이명구)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2차전지 보호회로를 모두 공급하고 있다. 2차전지 보호회로는 LG전자 계열 부품업체인 LG이노텍이 버티고 있지만 파워로직스는 이 벽을 넘었다.
파워로직스의 경쟁력은 수직계열화에 따른 시스템 경영이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2개의 2차전지 관련 연구개발 업체와 1개의 조립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고정 비용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