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코맥스 변봉덕 회장(1)](https://img.etnews.com/photonews/0602/060201113318b.jpg)
(1)기본과 원칙! 수학 경영의 노하우
지난 1968년 세운상가 2층에 ‘중앙 전자 공업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어언 38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사회 속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기반위에서 자기 몫을 하고 있을 중년의 나이이며, 한편으론 아직도 도전과 열정이라는 말에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는 황금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선 기업이나 사람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홈 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코맥스도 이젠 제법 중견 기업의 티를 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경영 노하우를 묻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되었다. 그때마다 나는 ‘수학 경영’이란 말로 대답을 대신하곤 한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은 전 세계를 항해하는 멋진 인생을 일구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해양대학교는 오랜 동경의 대상이자 꿈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편이었다. 그러나 대학 시험에 낙방, 차선책으로 한양대학교 수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수학만큼은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을 만큼 큰 망설임은 없었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졸업 무렵 대학의 교수님들은 내가 미국 유학을 권유하시며 학업을 계속하기를 기대하셨지만 여의치않은 주변여건으로 인해 결국 군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일자리가 부족했던 당시에 특히 수학을 전공한 졸업생에게는 교단에 서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교단 대신 사업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수학’이라는 학문은 내게 최선이 아닌 차선의 존재였지만 학문 그 자체를 넘어 내 인생을 지탱해 줄 큰 가르침을 주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며 공학 발전에 필수적으로 뒷받침되는 중요한 학문이다 그러니까 수학 잘하는 것을 행운으로 알아야 한다.” 당시엔 무심코 흘려들었던 그 말씀을 지금까지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 이유가 있다. 한 기업을 경영하는 38년 동안 내게 도움을 준 논리가 바로 ‘기초’와 ‘원칙’을 중시하는 수학의 그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풀어야 할 미지수를 X로 놓고 여러 가지 공식을 응용해 미지수를 풀어내는 수학의 원리는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대입된다. 기업 경영의 막막하고 어려운 문제를 변수 X라고 했을 때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흡사 수학문제풀이와 같다. 실제로 괜한 기교나 과욕을 버리고 정도를 걷다 보면 어떤 난제라도 최선의 해법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그러다 보니 큰 돈은 벌진 못했다. 그 흔한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고지식한 천성 탓도 있겠지만 부동산에 투자할 돈이 있으면 기술 개발에 써야 하고 임직원이 함께 피 땀 흘려 번 돈은 다시 그들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요즈음 기업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라고 한다. 30년이 지나면 현재 기업의 80%가 사라진다고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들의 사건 사고 소식이 언론의 도마에 오르내린다. 수십 년 덩치를 키워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것도 여러 번이다. 결국 길은 하나다. 수학 문제를 풀 듯 들여다보면 최선의 방법, 최적의 해법은 항상 존재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업의 ’생존 제1법칙’은 기본과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정직한 윤리 경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수학 경영 노하우이다. bbduk@comm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