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 강민, 다시 정상 꿈꾼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의 꿈의 무대라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엔 몇가지 징크스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 대회 우승자는 부진하다’는 이른바 우승자 징크스다. 임요환의 사상 첫 2회 연속 우승 이후 생겨난 것이다. 지난 ‘쏘원 스타리그’ 우승자 ‘사신’ 오영종이 ‘신한은행 스타리그’에서 16강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당대 최고의 전략가인‘몽상가’ 강민. 그 역시 이 우승자 징크스로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한 선수중 하나다. 2004년 피망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강민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여야했다.

MSL(MBC게임 스타리그)에선 나름대로 정상권의 활약을 했지만, 유독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선 1년 6개월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설상 가상, 작년엔 스타리그 1차 관문인 듀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마저 탈락, 오프라인 예선전, 이른바 ‘PC방’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해야했다.

# 되살아난 ‘날라토스’의 포스

‘날라토스’ 강민은 프로토스 유저중 최고 전략가다. ‘날라’(Nal _rA)는 강민이 자주 자용하는 아이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전략을 자주 들고나와 그에겐 ‘몽상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사실 전략만을 놓고 본다면 ‘테란의 황제’ 임요환까지 압도한다. 임요환의 천적으로 불릴 정도로 상대 전적에서도 월등히 앞서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판이 물량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강민 특유의 전략이 그동안 잘 먹혀들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가 PC방 예선으로까지 추락한 원인중의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강민이 부쩍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강민 특유의 초반 기습적인 전략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두둑한 배짱, 그리고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물량전 등으로 색깔을 다변화하며 예전의 강력한 포스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PC방 예선에서 스타리그 4번시드 쟁탈전인 최종 1위 결정전에 선착하기까지 연전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특히 SOUL 김남기와의 1위 결정전 진출 마지막전에서 보여준 포스는 예전의 강민 그대로였다.

 강민은 당시 김남기가 럴커와 저글링을 동반한 두 차례의 강력한 폭탄드롭으로 인해 본진 넥서스가 파괴되며 패배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침착함과 인내심을 발휘하며 앞마당 멀티기지에서 차근차근 병력을 모으고, 테크트리를 올려 템플러 계열의 유니트를 다수 확보한 뒤 상대 주력부대와의 대규모 지상 전면전에서 승기를 잡으며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강민이 만약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차기 스타리그 진출은 물론 4번시드 확보도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내친김에 4번시드 확보

무려 1년 6개월간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던 강민. ‘몽상가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위의 싸늘은 시선에 자극받아서일까 스타리그 예선전에서 승승장구하며, 현재 4번시드 결정전만 남겨놓은 상태다.

4개조로 본선을 치르는 스타리그는 전 대회 1∼3위와 듀얼토너먼트 1위 결정전 우승자가 4번 시드를 받는다. 강민으로선 여기서 패배한다고 해도 듀얼 2라운드를 통해 스타리그를 진출할 수 있지만, 내친김에 당당히 시드를 받고 차기 스타리그에 진출할 꿈에 부풀어 있다.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의 전상욱을 보듯 4번시드를 받은 선수는 성적이 늘 좋은 편이다.

그런데, 다음달 1일 최종 1위 결정전을 통해 4번시드 확보를 노리는 강민에게 갑자기 반드시 승리해야할 또 하나의 명분(?)이 생겼다. 지난 25일 다른 1위 결정전 진출전을 통해 POS의 신예 염보성이 같은팀 소속의 아끼는 두 후배 홍진호와 조용호를 접전끝에 꺾고 상대로 결정된 탓이다.

염보성은 이날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재재경기까지가는 혈전 끝에 KTF의 간판 두 저그 플레이어를 누르고 당당히 강민의 상대로 결정됐다.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강민으로선 차기 스타리그 ‘로열로드’를 꿈구며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이고 있는 차세대 스타 염보성이 결코 얕볼 상대가 아니다.

현재 16세의 염보성으로선 부담이 덜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랜만에 명예 회복의 절호의 기회를 잡은 강민이 호락호락 당할리는 만무하다.

 

# 신·구 프로토스 대결 새국면

강민이 만약 4번시드로 화려하게 컴백한다면, 최근 신예들의 패기에 눌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노장들을 자극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타리그판에는 황제 임요환을 제외하곤 노장들이 신예들의 활약에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열린 온게임넷과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선수가 오영종·마재윤·박성준 등 주로 신예들이란 점이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반면 강민을 비롯해 이윤열, 홍진호 등 노장들은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천재 이윤열은 아이옵스 스타리그 우승 이후 양대 메이저리그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결국 양대 메이저 리거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임요환과 함께 강민이 신예들의 도전에 맞서 ‘올드보이’들의 자존심을 되찾아야할 절박한 상황이다.

강민의 부활은 오영종, 박지호, 송병구 등으로 짜여진 신 프로토스 빅3 체제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강민은 물론 박정석, 박용욱 등 구 프로토스 3인방 모두 스타리그 진출이 확정된 선수가 한명도 없지만, 최근 신프로토스들의 맹활약에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것만은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 ‘쏘원 스타리그’에서 오영종이 ‘로열로드’ 신화를 창조하며 우승, 더욱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여기에 파란눈의 전사 기욤패트리와 함께 초창기 프로토스 전성기를 이끌었던 ‘가림토’ 김동수까지 컴백설이 등장하면서 신·구 프로토스간의 대결 구도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프로토스의 자존심’ 강민이 과연 자신의 1년6개월 묵은 스타리그의 한을 풀고, 임요환과 같이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강민 주요 수상 경력>

2003년 스타우트배 제 1차 MBC게임 스타리그 우승

2003년 마이큐브 온게임넷 스타리그 준우승

2004년 네오위즈 피망컵 온게임넷 프로리그 MVP

2004년 한게임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2004년 ‘더게임스’ 창간기념 인텔 베스트 커플전 우승

2004년 스프리스 MBC게임 스타리그 3위

2005년 2005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리그 MVP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