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포스트 시즌은 남았다. 작년 봄 사상 첫 통합리그로 출범, 1년간 숨가쁘게 진행된 ‘2005스카이 프로리그’가 그랜드 파이널 모드로 전환, 다시 열기를 뿜고 있다.
팬들의 관심은 이제 ‘그랜드 파이널’의 영예가 어디로 넘어갈 것이냐는데 모아지고 있다. 오는 2월8일 GO와 삼성전자 칸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숨가쁘게 진행될 그랜드 파이널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 SK, 전관왕 등극 가능할까
2005시즌은 SK텔레콤 TI을 위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리그에서 라이벌 KTF를 제압하고 우승했던 SKT는 후기리그에서도 돌풍의 핵 삼성전자 칸의 도전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만약 그랜드 파이널만 우승한다면 전대 미문의 전관왕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된다.
현재로선 SK의 기록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후기 리그를 석권하며 물이 오를 대로 올라있는 상태인데다, 지난 후기리그 결승에서 상승세의 삼성에 역전승,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기 결승 직후 인터뷰에서 주훈 감독은 “팀이 보완해야 할 점을 발견했다”면서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후 선수들과 함께 그랜드 파이널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관왕 등극의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온게임넷 김창선 해설은 “T1의 우승 여부는 주훈 감독의 판단에 달려있다며 정공법으로 나가느냐 후보선수를 기용하며 테스트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돌풍 이어질까
이번 시즌 개막 전만해도 삼성의 약진을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간의 성적과 선발 라인업등을 종합해볼때 ‘잘해야 중위권’정도로 예상됐다. 이런 예상은 전기리그와 후기리그 초반까지만해도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작년 9월말에 열린 ‘제1회 KeSPA컵’ 스타크래프트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파죽지세의 돌풍을 몰며 정상에 오른 뒤부터 ‘다른 삼성’이 되버렸다. 후기리그 막판 연전연승하며 팬택과 POS를 제치고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더니, GO와 KTF를 연파하며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SK에 무릎을 끓었지만, 삼성의 힘은 대단했다.
따라서, 삼성이 이번 그랜드 파이널 전초전에서 돌풍을 이어갈 지 관심을 모은다. 더구나 상대는 후기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을 내주었던 GO다. 일단 프로리그 상대 전적상 삼성이 4:2로 앞서는 상황이며 후기리그에 파란을 일으키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심기일전한 GO가 설연휴까지 반납하며 연습에 매진, 접전이 예상된다.
# KTF ‘삭발 효과’ 볼까
SK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면, KTF는 아주 불운한 시즌으로 기록될 것 같다. ‘e-스포츠계의 레알 마드리드’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선발진을 구성하고 있지만, 올해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탓이다. 특히 전기리그에선 22연승이란 신화를 창조하고도 마지막 결승에서 SK에게 4대 1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급기야 후기리그 플레이오프에선 삼성 돌풍의 희생양이 되며, 0대 4로 참패해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해있다.
KTF는 이에따라 그랜드파이널을 앞두고 선수단이 삭발을 단행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민, 박정석, 홍진호, 이병민, 조용호 등 에이스급이 즐비한 KTF로선 부진의 근본 원인이 정신력의 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KTF측은 삼성과 GO 누구 올라오든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삭발투혼 효과일까 최근 KTF선수들이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나타내 주목된다. 김창선 해설은 “벼랑끝에선 KTF가 이번 그랜드 파이널의 중요한 변수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