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1부 기술은 언제나 `변화의 축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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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통·방융합기술의 대두 

 한국의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가 정부내 불협화음 때문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사이 기술은 자연스레 융합하며 조금씩 앞서갔다.

 통신과 방송 기술은 지금까지 각각 개별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방송이 디지털화되고 통신은 광대역화되면서 두 분야 기술은 보이지 않게 빠른 속도로 융합중이다. 특히, 유비쿼터스 플랫폼에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통·방 융합 전송망 분야가 핵심기술로 부각됐다.

 ◇UCA기술, 핵심으로 부상=통·방 융합 플랫폼인 와이브로, DMB 등은 상용화했거나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융합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통·방 융합의 핵심은 콘텐츠라고 입을 모은다. 유비쿼터스콘텐츠액세스(UCA:Ubiquitous Content Access)가 부각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 원하는 형태로 이종 접속만을 통한 다양한 단말에서 언제나 생방송, 주문형방송(VOD), 지역방송 등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멀티미디어 압축기술인 엠펙21(MPEG-21)은 통·방 융합의 중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MPEG-21은 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유통·보안 등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 즉, 기존 모든 MPEG 규격과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국제통신연합(ITU-T) 규격 등 유무선 네트워크 환경 표준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디지털 국제표준. MPEG-21은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고 검색, 교환할 수 있어 그동안 나왔던 MPEG-1, 2, 4, 7을 모두 포괄한다. 3G 단말기, PDA, 웹TV 등 모든 유무선 네트워크 제품과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적용이 가능하다.

 ◇피어캐스팅 도입 필요성 대두=통·방 융합 서비스는 멀티캐스팅이 기본. 이를 위한 망 구축은 대규모 투자보다는 아직까지 중요 구간으로 판단하는 일부 백본망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IPTV 서비스 등 만으로는 멀티캐스팅 기술을 모든 인터넷 망에 도입하기 위한 비용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적 난점 극복을 위해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멀티캐스팅(ALM)이나 피어 캐스팅(peer casting) 기술이 부각됐다. 이 기술은 기존 라우터, 스위치 등 망을 구성하는 전송기기들에 아무런 변화 없이 소프트웨어 도입만을 요구하며 기본적으로 망에 연결된 컴퓨팅 기기들을 활용한 캐싱(cahching) 방식에 의존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미 BBC, 타임워너 등 거대 미디어 사업자들이 그리드 캐스트(GridCast), 그리드 딜리버리(Grid Delivery)와 같은 이름으로 솔루션을 도입하여 활용중이다. 일본IBM의 P2G(Peer to Group) 기술을 이용해 멀티캐스팅과 P2P를 결합한 전송 솔루션도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같은 통·방 융합기술 흐름에 대해 정일영 교수(한국외국어대 정보통신공학)는 “통·방 융합은 디지털콘텐츠 저작권, 셋톱박스 표준, 미들웨어(플랫폼) 등 핵심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미국 ATIS도 특별 표준화 그룹을 만들었고 ITU-T에서도 전담그룹(포커스그룹) 구성을 서두르는 등 세계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통·방 융합 기술 개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산·학·연이 함께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고-통신·방송 융합 전송기술 인식 재고 필요하다

 황준석 교수 (서울대 통신방송 융합기술정책 센터장) junhwang@snu.ac.kr

 통·방 융합을 위한 대표적인 전송망으로 케이블TV와 IPTV가 꼽힌다. 케이블 TV의 경우 셋톱박스를 추가하고 케이블의 연결선 확장만으로 같은 품질의 서비스 사용자 수를 확대할 수 있다. IPTV는 IP 네트워크의 특성상 추가 인프라 구축 없이 연결선 확장과 셋톱박스 추가만 수행한다면 서비스 질은 사용 수가 느는 것에 반비례한다.

현재의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동시 사용자 수의 확대에 따른 품질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개발·연구되고 있는 멀티캐스팅 및 캐싱 기술이다.

멀티캐스팅은 동시데이터 요구를 개별적으로 처리했던 유니캐스팅(unicasting)과 달리 한번의 데이터 전송이 여러 사용자들에 동시에 전달해줘 IP기반 망에서 고품질 스트리밍 서비스를 현실화해준다. 그러나 신규 투자 비용이 높다는 점 때문에 망 전체에 도입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다.

IPTV 등은 기존 방송과는 다른 형태의 융합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이전에는 불가능했거나 막대한 투자가 요구됐던 기능이 IP기반 기술 적용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과 이에 기초한 대응이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예컨대 분산 컴퓨팅과 P2P 기술의 경우 멀티캐스팅 및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과의 융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기술들에 대해 인식조차 높지 않다.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은 융합 기술 기반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선진적 적용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관련 기술 및 솔루션 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같은 활동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통·방 융합 미디어 서비스 구축에 대한 경제성을 제고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과 방송 융합으로 탄생할 고품질 미디어의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관건은 전송 기술이다. 이러한 전송기술이 컴퓨팅과 통신의 융합 영역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의 통방융합 기술 응용 서비스

 ‘케이블TV 시대에 CNN이 있다면, IPTV 시대에는 INN이 있다’

통신·방송 융합 기술을 이용, 세계적인 뉴스·방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시대적 흐름이다. 특히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회장으로 있는 커런트TV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TV뱅크는 벌써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커런트TV는 아이팟(iPod) 세대를 겨냥 5∼20분 내외의 발빠르고 흥미 있는 단편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보여줘 서비스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방송 내용은 기술, 취업, 오락, 문화, 스포츠 등 실용적인 주제들이 주류며 공략 대상도 18∼34세 내외의 인터넷에 익숙한 계층이다.

커런트TV는 통신·방송 융합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 서비스다. 신생 회사임에도 미국 주요 케이블 방송업체를 통해 약 2000만 가구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등 만만찮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발표한 손정의 회장의 ‘TV뱅크’는 포털 서비스를 통해 약 10만개의 영상 프로그램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할 계획이다. 콘텐츠를 위해 일본과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방송사들과도 공급계약을 추진 중일 정도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TV뱅크의 가입자 목표는 4000만명. TV뱅크 측은 “첨단의 인프라를 이용하지 않는다는게 부끄럽다”고 할 정도로 ‘통·방 융합 기술 발전에 서비스가 따라가야 한다’는 명제를 분명히 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종록 KT 연구개발부문장은 “커런트TV와 TV뱅크는 통·방 융합 기술의 발전이 서비스와 연결될 때 어떤 파괴력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중요한 사례며 융합제도에 묶인 한국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의미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