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IT 거버넌스를 도입한 모 대기업의 이사회. CEO가 직접 대형 전산 프로젝트 계획을 이사회에서 발표한다. 그동안 정보화담당임원(CIO)에게만 IT 투자를 맡겼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도 크게 달라졌다. 기업아키텍처(EA)라는 큰 비전 하에 프로젝트 일정뿐만 아니라 비용·품질 관리에도 적극 나선다. 이른 시일 내 적정한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완료됐다고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IT 자산을 비즈니스와 연계하고 투자대비효과(ROI)도 분석해야 한다.
IT 거버넌스 기업이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과거 빈번하게 행해졌던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막게 된다. ROI 분석을 통해 우선 순위, 자원 할당, 사전 기획, 개발 및 통제 모니터링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해 불필요한 비용을 없앤 덕분이다.
지금 금융기관 등 대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는 사베인-옥슬리법안, 바젤Ⅱ와 같은 외부 규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IT 투자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IT 관련 지출이 기업의 총수입 중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IT 거버넌스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홍성완 LG CNS엔트루컨설팅 상무의 ‘국내 IT 거버넌스 도입 현황’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44개 대기업 및 공공기관 가운데 금융 업종을 필두로 절반이 넘는 기업이 IT 거버넌스 도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직접 4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금융그룹·농협·신한금융지주 등 대표 금융기관들이 IT 거버넌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고, KTF·SKT·KT 등 통신 업체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IT 거버넌스 프로젝트를 추진중이거나 검토중이다.
기업들은 IT 거버넌스 구현 이유로 전체 프로세스 관리를 통해 의사결정 일관성을 유지하고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병오 머큐리인터액티브코리아 이사는 “업종에 상관 없이 IT를 잘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시대가 됐다”면서 “IT를 효율적으로 통제하자는 것이 결국 기업 경쟁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IT 거버넌스 기업으로의 전환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솔루션 및 컨설팅 업체가 올해 ‘IT 거버넌스 기업’ 만들기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업계는 IT 거버넌스와 관련된 직접적인 시장 규모를 대략 200억∼3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이는 아직까지 IT 거버넌스 시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만큼 프로젝트 프로그램 관리 시장을 기준으로 가늠한 규모다. 그러나 IT 거버넌스가 상위 개념으로 IT서비스관리, 컴플라이언스, 균형성과관리(BSC), ROI 시장 등 이미 별도 형성된 시장을 총괄한다고 볼 때 전체 시장은 연간 5000여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하반기 영업을 시작한 한국컴퓨웨어·한국CA·볼랜드코리아에 이어 올해는 머큐리인터액티브코리아가 IT 거버넌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컨설팅 및 IT 서비스 업체도 IT 거버넌스 영업을 본격화했다.
안중호 서울대 교수는 “IT 투자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한다”면서 “IT 거버넌스는 IT를 비즈니스 거버넌스 전략에 맞춰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자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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