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환율 유지시 대기업 올 수출 감소…손익분기 환율 982.8원

 원·달러 환율이 950선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이미 대기업들의 손익분기 환율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돼 국내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대기업 대부분은 평균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압도적으로 올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현재의 원화 강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강신호)가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7일간 업종별 매출액순 600대 기업 중 수출 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현 환율 수준에서는 수출 감소=전경련의 이번 조사에서 충격적인 것은 이미 대기업의 손익분기 환율이 10원 이상 무너졌다는 점, 그리고 현재의 환율 수준에서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이 예측하는 평균 손익분기 환율은 982.8원. 7일 환율(13시 30분 현재)인 969.50과 비교할 때 10원 이상 낮은 것이다. 이를 직설적으로 해석하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이미 손해를 보며 수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컴퓨터·전기의 경우 971.7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손익분기 환율은 무너졌으며 △영상·음향·통신장비 업체(980.0원) △자동차 및 트레일러(995.3원) △조립금속 및 기계(986.1원) △제약 및 화학제품(977.4원) 등 모두 현재의 환율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손익분기 환율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업들은 현재의 환율 수준에서는 올해 수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환율 수준이 950∼975원일 경우 전체의 71.8%가 수출 감소를 내다봤으며 수출 증가는 24.8%에 그쳤다. 특히 이는 975∼1000원의 경우에도 유사해 전체의 46.4%가 ‘감소’, 31.7%가 ‘증가’라고 대답했다.

 ◇경영 계획 수정 불가피할 듯=이번 조사에서 경영 계획상 평균 환율에 관해 대기업 60%가 980∼1020원을 예상했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인 980원 이하를 예상한 기업도 26.3%에 이르렀지만 1020원 이상으로 지난해 말(1011.6원)보다 원화가 약세를 띨 것으로 전망한 업체도 13.7%에 이르렀다.

 기업 매출 규모별 조사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의 연평균 예상 환율은 995.8원으로 전체 평균(998.8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 대표적인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올 평균 원·달러 환율을 960원으로 전망한 것을 고려할 때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기업 품질·기술 경쟁력 지원해야=대기업 절반 이상이 원화절상에 따른 전략으로 ‘경영 효율화를 통한 흡수’를 들었다. 이는 ‘환 리스크 관리 강화(31%)’와 ‘수출 가격 인상(12%)’ ‘부품업체 전가(1%)’ 등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이를 달리 보면 대기업 입장에서 자체 기술 및 품질 경쟁력 강화, 그리고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수 전경련 조사역은 “기업의 경영 효율화가 가격이 아닌 기술과 품질로 승부를 겨루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