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못하는 IPTV 서비스…日 시장에 장비 수출

 국내에선 법·제도 미비로 IPTV가 시장 진입조차 못하는 가운데 한 벤처기업이 일본에 3년간 77억원 규모의 IPTV 토털 솔루션(셋톱박스 포함) 수출 계약을 따냈다.

 방송솔루션업체 이지씨앤씨(대표 김용화)는 최근 일본 OBS-TV에 올해만 28억5000만원, 3년간 76억5000만원 규모의 IPTV 토털 솔루션 공급 계약을 했다고 8일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앞으로 OBS측 사업 확장에 따라 셋톱박스 공급 물량을 최대 100만대까지 늘리기로 해 수출 규모가 20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씨앤씨의 이번 계약은 그동안 KT의 IPTV 서비스 개시만을 기다려온 국내 솔루션업체들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계약은 또 법·제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 부처 간 IPTV 서비스 논쟁에도 일정 부분 압박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되는 솔루션은 압축전송기술인 MPEG4 AVC(H.264)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미디어(WMT)에 기반을 둔 게 특징이다.

 일본 OBS-TV는 10일 IPTV 상용서비스를 800Kbps 속도로 시작해 기존 가입자에 대한 장비 교체가 끝나는 올 6월께 최대 2Mbps급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서비스 지역은 일본과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이다. OBS-TV는 도쿄에 본사를 두고 ADSL 등 초고속 인터넷망과 셋톱박스를 이용해 방송을 실시간으로 중계·전송하는 회사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소프트뱅크(TV뱅크)와 유센(갸오)을 비롯해 NTT계열의 NTT후라라(포쓰미디어) 등이 IPTV 시범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김용화 사장은 “일본은 세계 IPTV 시장을 선점한다는 정부 차원의 계획 아래 국경 없는 인터넷 특성을 살려 오히려 한국에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며, 중국 역시 IPTV를 이용해 전세계 화교 등을 대상으로 한 차이나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몇몇 중국 대기업과 솔루션 공급에 대한 상담을 진행중”이라며 “정작 국내 기업들은 앞선 솔루션을 개발해 놓고도 서비스가 늦어져 세계 시장은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 경쟁국에 시장을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