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변봉덕 코맥스 회장⑤

 (5) 현지 경영을 통한 글로벌 기지 구축

 1990년대 중반 이후 인건비와 물가의 상승, 수출국의 높은 무역장벽 등은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수출시장의 적신호로 작용했다. 더욱이 저가전략을 앞세운 중국의 시장경제 정책은 우리 경제에 절대적 위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절실했다. 해외 보부상을 자처하며 세계 어느 지역도 마다않았던 80년대 초반부터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고민 역시 글로벌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었다.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지역정서에 맞는 마케팅 뿐 아니라 현지 생산공장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해외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우리는 중국진출을 결정했다. 지리적 조건과 시장성, 정서, 문화의 유사성을 가진 천진을 거점으로 삼게 된 것이다.

 공장 건설 작업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1994년 3월 대지 5000평을 50년간 임대하기로 하고 그 해 10월 6백평 건평의 공장설비를 완공, 곧바로 생산에 돌입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중국 진출 6년만에 흑자 운영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2001년에는 중국 내수용 제품에 대한 안전 규격과 형식 승인 받았고 2002년부터는 중국 시장에서도 코맥스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총 건평 1600평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현지공장은 이처럼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철저한 현지화 경영 전략이 큰 몫을 담당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하듯이 중국에서는 중국 기업으로서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현지 생산직원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갖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공장 건설 초기 수도 없이 천진을 드나들며 현지인들과 각별한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곳의 공장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저는 진심을 다해 이 지역에 봉사하고 여러분과 함께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중국 톈진 공장 기공식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 직원 가정의 애경사를 꼬박꼬박 챙기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현지인 직원들과의 돈독한 관계 형성을 우선으로 했다. 중국인 특유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규정을 제정하고, 상호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등 철저한 현지 경영을 유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공장 건설을 반대하며 경계했던 현지인들도 어느새 한 식구가 되어 있었다.

 중국 현지법인인 ‘천진중앙전자 유한공사’가 올해로 창립 12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현지인 직원만 250여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2500만 달러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한 지금 우리는 또다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투자는 더욱 늘리고 건물 증축 및 설비 확장으로 국내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이전하며 한국 본사는 연구 개발 및 고부가가치의 소재 중심 기업으로 역량을 분화하여 협업 체제로 발전시킬 계획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쩌면 세계 시장을 향한 글로벌 전진 기지로서 거대 시장 중국이야말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중국은 분명 위기가 아닌 기회다.

 bbduk@comm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