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한잔]이명 증권선물거래소 본부장보·CTO](https://img.etnews.com/photonews/0602/060210114911b.jpg)
하루도 숨가쁘지 않은 날이 없는 증권선물업계와 그 중심에 있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분위기와 달리 CTO를 맡고 있는 이명 이사(본부장보)에게는 차분함이 묻어난다. KRX 통합 출범 1주년을 맞아 통합전산망 구축 및 전산센터 위치가 업계의 관심이기에 이를 물으러 찾아갔지만 내놓은 차 한 잔이 다 식도록 본론은 꺼내지도 못한 채 부산에서의 생활과 부산에 대한 느낌만 주고받았다.
KRX 부산 본원 개원과 함께 내려온 그의 부산 생활도 1년이 넘어간다고 했다. 한 템포씩 말을 끊어서 하고 또 천천히 얘기하는 습관이 오랫동안 몸에 밴 듯 독특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릴 적 꿈이 시인이다. 증권업계에 몸담으며 잊고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 다시 시집을 빼들고 틈날 때마다 습작도 한다.
“운동 삼아 가끔 골프를 칩니다. 낚시도 좋아했는데 이곳 부산에서는 매일같이 바다를 볼 수 있다보니 낚시가 좀 시들해졌어요. 반대로 시상이 떠오를 때가 많아졌지요.” 주로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설계할 때 시를 쓰고픈 욕구가 가장 강해진다는 그는 광안리 해변과 수영강이 내다보이는 곳에 혼자만의 조그만 거처를 잡았다.
시에 대한 상념에서 현실을 거론하며 KRX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지하다시피 KRX의 주식거래대금 규모는 세계 9위고, 채권거래대금은 세계 7위다. 주가지수옵션 거래량은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시가총액 증가율 2위, 주가지수 상승률 4위 및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2005년 통합 첫해에 KRX는 세계 속의 종합거래소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이명 이사는 지난 1년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추진해야 할 CTO로서의 과제에 대한 무게가 더 크다.
“거래 규모 이상으로 우리 한국의 증권거래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합니다. 하지만 고객 눈높이 또한 워낙 높다 보니 사소한 듯한 실수에도 원성이 자자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얼마 전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일시 거래 중단 사건이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용량이 한계에 달할 경우 앞부분을 백업 형태로 덜어내 저장한 후 다시 거래 공간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이명 이사는 “일본이 왜 그런 점에 대비하지 못했을까”하며 다시 한번 전산부장에게 현 상황을 재점검하도록 지시했다.
“말 그대로 이제 첫돌이 지났습니다. 사옥 마련도 해야 하는 등 여전히 통합은 진행형이며 정비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며 진행해 나갈 겁니다. 항상 투자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거래소 기업과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다는 이명 이사의 말을 시처럼 음미하며 마지막 한모금의 차를 마시고 나왔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