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혁신형 중소기업을 위해](https://img.etnews.com/photonews/0602/060213013326b.jpg)
새해 들어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경기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중소기업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중소기업이 활발해져야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해소되고, 전통산업에 딸린 하도급 중소기업들의 일감이 늘어야만 IT와 비IT의 간격도 줄어들 것이다. 지방에 소재한 중소기업들의 생산 활동을 북돋우는 것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자랄 수 있는 기본적인 토양은 기술력과 세계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능력이다. ‘아 그렇게 잘 나가는 중소기업도 있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자기만의 기술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제품과 기능, 디자인을 제공해야 한다. 나만의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는 경쟁회사의 출현과 함께 매출은 줄어들고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 금세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술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는 원인 중 하나는 내수시장의 협소함이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또는 한정된 대기업을 대상으로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다 보니 가격경쟁과 함께 제살 깎아먹기식의 레드오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비록 틈새시장이라 하더라도 세계를 상대로 할 때, 그 시장은 크고 넓어진다. 대기업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분명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기술력의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마음은 있어도 혁신역량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혁신을 기획하고 이를 추진하며 성과물을 활용하는 모든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수많은 지원시책에도 불구하고 항시 부족한 2%를 호소하는 이유다.
추진의 주체는 물론 중소기업 자신이며, 그중에서도 CEO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혁신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정책 또한 철저하게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한 수요지향형 내지는 맞춤형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원수단은 이미 충분히 나열돼 있다. 새로운 지원수단을 마련하기보다는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찾아 그 기업이 원하는 형태로 기존의 지원수단을 조합해 주는 정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노비즈(Inno-Biz) 사업은 상당부분 이러한 개념에 근접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노비즈 기업은 이미 그 ‘혁신성’을 인정받은 중소기업들이다. 우리가 더 발굴하고 지원해야 할 ‘혁신 가능형’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의 상황보다는 가능성을 더 고려해 기업을 선정하고, 동원 가능한 지원정책을 조합해 이들이 혁신형 중소기업이 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 과정에 대기업이 참여하게 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하도급 거래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이 대기업을 쳐다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는 기업 자체의 재무상태보다는 대기업과의 기술교류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된다. 대·중소기업 상생프로그램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 산업현장에서 활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 지향과 세계시장 지향은 우리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두 축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운명을 건 중소기업의 수가 늘어나지 않고서는 피부에 와 닿는 경기회복이나 경제체질 개선은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다.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그 중간목표로 삼는다면,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처지에 서서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개별적으로 조합해 주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bongkp@kot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