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한국MS와 EA협상 추진 의미

 우리금융그룹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와 추진중인 그룹사 차원의 ‘기업단위일괄계약(EA:Enterprise Agreement)’은 최근 들어 늘어난 금융권의 지주사 체제와 그에 따른 IT 거버넌스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인수합병(M&A)에 따른 금융그룹화가 가속화되면서 커진 그룹사 차원의 협상력을 토대로 IT 투자와 지출을 효율화하겠다는 변화된 의지와 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A는=한국MS는 은행 등 사용자 수 또는 사용 PC 수가 대량인 대기업과 자사의 운용체계(OS), 오피스 프로그램 등 SW 라이선스를 두고 일정기간 일괄 계약을 맺고 있다. EA는 이 같은 일괄 라이선스 계약 방식의 하나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총 PC 대수 만큼 계약을 하고 대금은 ‘PC 대수×PC당 SW 가격’으로 3년 동안 매년 지불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계약기간에 추가된 사용분은 상응한 금액을 매년 더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EA 라이선스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늘어난 PC 대수를 감안해 계약을 연장하거나 저작권사가 해당기업에 최신 버전 라이선스(영구 사용권)를 부여하고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재계약 미체결시 신규 사용분은 단품구매(select) 방식으로 패키지 SW를 구매하면 된다.

 ◇협상 경과=우리금융지주회사와 한국MS는 지난 12월 우리은행의 EA 만료와 함께 그룹사 차원의 EA 재계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협상 테이블에는 우리은행 등의 IT 서비스를 담당했던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아닌 지주사 측이 앉았다. 그룹사의 IT 전략 기능을 흡수한 지주사가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그동안 한국MS와 별도로 EA 계약을 맺어왔던 우리투자증권(LG증권 합병) 등 자회사들을 포함한 일괄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중이다.

 양 측은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진 우리은행의 EA가 지난 12월 만료됨에 따라 재계약을 위한 유예기간을 1월 30일까지 갖고 갱신 계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 조건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회사와 한국MS는 최근 그간의 제휴 관계를 고려해 라이선스 연장 협의를 지속한다는 데 합의, 해법 찾기에 나섰으며 이르면 이달 대타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기존에 우리은행의 EA 라이선스는 1만200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룹사 전체가 재계약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물량은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전망=그동안 별도로 EA 계약을 맺어온 자회사들의 계약 조건과 시기 등을 감안해 금융그룹 전체의 라이선스 조건을 산정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은행의 계산은 복잡하다. MS 측의 대가 산정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최종 계약에 합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현재로서는 EA 방식의 재계약과 함께 단품구매 방식 계약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기존에 EA로 확보된 SW 라이선스 외에 추가 또는 변동된 물량은 SW 패키지 단품으로 구매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단품구매는 장기 라이선스 계약인 EA와 달리 무상 업그레이드, 사용자 증가분 라이선스 지불 유예 등과 같은 혜택은 없지만 구매액은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대세는 조기 합의다. 양측 모두 공백없는 원만한 합의가 상호 윈윈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MS 측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양 측이 선의의 협의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협의하고 있는만큼 조속한 시일에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