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티브마켓(계열사 시장)을 갖고 있는 대형 전자계열사의 종합화학업체에 이어 순수 원천소재를 생산하는 석유·정밀화학 전문업체들도 전자소재를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이 일본 업체와 합작으로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및 폴리카보네이트(PC) 분야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동부한농화학·대림산업 등이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캡티브마켓을 갖고 있지 않은 전통 화학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도체·LCD 등을 중심으로 한 첨단전자소재 분야의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이들의 참여로 그간 취약했던 전자재료의 원천소재 분야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화학업계 전자소재에 무게 중심 이동=호남석유화학은 최근 일본 미쓰비시레이온과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및 PMMA 생산·판매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작년 말에는 일본 아사히카세이로부터 친환경 PC 생산 기술을 도입했다. PMMA와 PC는 도광판·확산판·휴대폰 윈도 등 전자용 광학소재의 원료로 쓰인다.
농약·비료 등 농업 관련 정밀화학과 석유화학 분야에 주력하던 동부한농화학은 패키징용 솔더볼과 페이스트, 2차전지 재료, 반도체 포장재 등 전자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최성래 삼성석유화학 전 대표이사를 총괄사장(CEO)에, 삼성종합화학 출신의 정진천씨를 재료부문장 부사장(COO)에 임명했다.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는 반도체 포장용 IC튜브를 내놓으며 범용 석유화학에서 전자소재로 영역을 넓혔고, 삼성정밀화학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소재와 LCD용 광학필름을 내놓았다.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의 손철수 본부장은 “IT 산업 성장에 따라 관련 폴리머 소재 수요가 늘고 있다”며 “친환경 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전자 분야의 고기능 소재로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자소재가 주력인 LG화학·제일모직 등 대형 전자 계열사의 화학 업체, SKC·코오롱 등 필름이나 화학섬유 업체들에 이어 전통화학업체로 분류되는 석유화학·정밀화학 업체들도 전자소재에 주목하고 있어, 이 같은 잇단 진출이 일본 등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전자소재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부가가치를 찾아=화학 업체들의 전자소재 사업 확대는 경쟁이 치열한 석유화학 분야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시장은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이 결정되며 범용 유화 제품은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경기가 요동치는 특성이 있다. 전자소재 분야는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척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장하면서 소재 시장이 커지고 현지 조달 수요가 늘어난 것도 호재다.
석유화학·정밀화학 분야 업체들의 시장 진출로 국내 소재산업의 기반이 튼튼해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도광판·확산판 등 디스플레이 소재의 경우 원료인 PMMA나 PC는 국내 생산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미진해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우상선 제일모직 부사장은 “PMMA와 MMA 원료 업체가 늘어나면 광학시트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화학 기술을 가진 업체들의 시장 진출로 그간 취약점으로 지적돼온던 중간체·유도체 등 전자소재 중간재 분야도 발전의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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