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한국MS 상무 김대진

김대진(42)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 상무는 어깨가 무겁다. X박스360에 대한 기대가 큰 유저들을 만족시켜야 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콘솔 시장에 신선한 바람도 일으켜야 한다.

또 한국MS의 한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도 업계 관계자들에게 확인시켜 줘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있다”고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마케팅과 영업에서만 16년을 보낸 김 상무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믿음직스러운 게 사실이다.

X박스로 콘솔 게임기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야심차게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을 발표했다. 지난 연말 북미와 일본 시장에 출시된 X박스360은 새로운 바람몰이를 하고 있으며 오는 24일이면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매된다.

X박스360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기대는 매우 높다. X박스 유저들은 이번 만큼은 한국MS의 적극적인 자세를 원하고 있다. 뛰어난 하드웨어 성능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홀더의 소극적인 마케팅 태도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했던 지난 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 오랜 경험 쏟아낸다

“MS는 한국 시장을 결코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식 가격 발표도 저희의 요청으로 인해 다시 재고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것 하나만 봐도 잘 알수 있는 것이죠.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김 상무는 흔들림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는 89년에 한국 네슬레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 7년 동안 근무하면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다. 토종 기업과 달리 자유를 보장하지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외국 업체의 특징.

김 상무는 상상력의 나래를 펼쳤고 실전 경험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 갔다. 그리고 질레트코리아와 한국하인즈를 거쳐 2001년 SCEK에 입성했다. 소니라는 거대 공룡 기업이 한국에 PS2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소문이 자자했던 그를 스카우트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불도저같은 추진력과 현장을 외면하지 않는 업무 능력이 특기였던 김 상무였기에 소니가 처음부터 개척해야할 한국 콘솔 시장에 반드시 필요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도 5년 동안 PS2를 국내에 보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가 많았죠. 콘솔기기는 게임기이지만 가족과 함께 즐기는 홈엔테터인먼트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마니아 층을 공략하고 연령층을 넓히며 가정용 전자제품으로 다시 거듭나는 절차를 밟아 나갔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PS2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 ‘불법’ 결코 좌시하지 않아

다른 산업과 달리 콘솔은 10대가 주 고객이고 실리에 매우 밝다. 몇 푼이라도 아끼려는 심리와 일본 제품에 익숙한 버릇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PS2를 제대로 판매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서 직접 뛰며 콘솔 유저에 대한 성향을 면밀히 파악했다.

PS2의 뒤를 이어 PSP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김 상무의 역할이 컸다. 탄탄히 다져진 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되는 구조까지 끌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현재 PSP는 25만대가 넘게 팔려 나갔으며 지금도 다양한 연령층이 갖고싶어하는 제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그는 PS의 신화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MS에서 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총괄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온라인게임, TV 플랫폼 등 모든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부임한 지 겨우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내부의 평가도 매우 좋은 편이다. 벌써부터 X박스360의 성공 가능성이 부쩍 늘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김 상무는 신발끈을 더욱 바짝 조이고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하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은 용산과 국제전자상가의 소매상들을 외면하고는 존재할 수 없다. 이같은 유통구조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많은 물량을 시장에 쏟아 내고 TV광고만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판매 최선전에 위치한 매장들이지만 불법의 정점에도 서 있는 곳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PS2와 PSP로 어떤 문제가 있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는 그는 이미 이곳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격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

“아마 저만큼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콘솔 시장은 불법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스스로의 목을 죄는 행위입니다. 플랫폼 홀더나 소비자, 소매장 모두에게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오죠.

앞으로는 이런 모습을 완전히 사라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X박스360 뿐만 아니라 콘솔 시장 전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상무는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불법행동을 강력하게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내 비쳤다.

 그는 또 유저들의 경우 하드웨어보다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우선시하고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을 원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X박스360의 국내 가격이 예상보다 저렴하고 게임 타이틀가격도 획기적으로 낮아진 것은 그의 의지를 MS 본사에 관찰시킨 결과였다.

게다가 그는 이 게임기의 가장 큰 강점으로 손꼽히는 온라인 부분을 비장의 무기로 감춰 놓고 있었다. 때가 되면 X박스360의 온라인이 얼마나 매력적인 콘텐츠인지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 상무는 콘솔 시장이 불처럼 뜨거워질 날이 멀지 않았다며 힘찬 악수를 청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