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새 삶을 찾는다.’ 게임이 소외된 계층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실과 떨어져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이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든 사람들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또하나의 ‘창’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게임은 단지 놀이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자신을 대변하고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들은 “게임을 통해 이 세상을 다시 보게 됐으며, 희망을 갖게 됐다”고 외친다.게임기획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A씨는 10년전 척추 장애로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장애우다.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술. 그는 그러나 입술만으로 컴퓨터가 필수인 게임기획일을 하기 위해 볼펜을 물고 작업을 한다.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5년전. 글을 배우고 나서 그는 곧바로 게임 기획일을 시작했다.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을 게임을 통해 이룰 수 있어서다. A씨는 “게임에서는 안되는 것이 없다”며 “장애가 게임을 기획하거나 즐길 때 조금은 불편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고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척추 장애를 받은 후 그는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았다. 자신을 보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사람들 앞에 나선다. 비록 휠체어도 아닌 침대에 누워 사람들과 만나지만 그래도 A씨는 당당하다. 게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장애우들에게 게임 관련 직업이 새로운 유망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몸이 불편한 그들에게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게임 관련 일은 더없이 좋다. A씨의 경우처럼 게임기획이나 프로그램 등에 일하는 장애우는 상당수에 달한다.
전문가들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게임기획이나 프로그램 관련 직종에 장애우들의 참신성이 더 없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애우들이 많은 상상을 하는 만큼 창작력이 생명인 기획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소년원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던 B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문제아로 여기며 손가락질 받던 그가 요즘엔 많이 바뀌었다. 그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를 꿈꿔왔던 그에게 꿈이 현실화되면서 생활 자체가 상당히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불만만 터뜨렸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생활하고 적응도 잘한다. 주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번 사고를 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는데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임요환이나 홍진호 선수들처럼 뛰어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채. 그는 “원래 게임을 좋아했는데 얼마전 프로게이머들을 보고 저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희망이 생겼다”며 “게임이 저에게 정말 큰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게임을 가장 잘하는 프로게이머. 그들중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문제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많은 팬들을 거느린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 그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문제아들도 있다. 그들에게 게임은 희망이며 꿈으로 자리잡고 있다.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C군은 두 다리를 사용 못하는 장애우다. 최근 그가 무척이나 밝아져 집안분위기 전체가 아주 밝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짜증이 더 심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줄어 C군을 돌보는 어머니는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C군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면서부터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며 그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활은 180도 변했다. 보다 활기차졌고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C군의 어머니는 “그동안 친구가 없어 적적해 하고 그 때문에 짜증을 많이 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사이버 속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갖게 되면서 생각이 바뀐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게임의 커뮤니티 기능은 속내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다는 데 그 장점이 있다. 또한 자신의 몸상태나 위치와 상관없이 사이버 세상인 게임에서는 누구든 만날 수 있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게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C군 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온라인게임에서의 삶은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뿐 아니라 즐거움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장애우들의 경우 한결 밝아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들은 게임관련 행사에 대해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이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0%이상이 e스포츠 게임대회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답했다.
특히 30%이상은 장애우들의 대회에 반드시 e스포츠 게임대회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답해 장애우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면 게임대회를 다음 행사때 제외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개발원 한 관계자는 “게임대회에 대한 장애우들의 만족도가 무척이나 높았고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며 “게임이 가족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준다고 보는 견해도 강했다”고 말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