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게임업계의 병역특례요원의 배정인원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소게임업계를 위해 적어도 지금의 두배 이상의 병특요원이 배정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 병특제가 완전히 폐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이렇게 될 경우 중소게임업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개발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소업체가 고급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병특요원의 활용인데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업계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개발사가 병특제도의 축소로 사정이 악화되면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군 입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하 모씨는 최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병특 문제가 풀려 게임업체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되서다. 하 씨는 병특제가 축소되던 해 KIST를 졸업해 혜택을 받지 못한 케이스다. 그는 이 때문에 어쩔수없이 대학원에 진학해야 했고 올해 군 입대를 해야 했지만 다행히 일이 잘 풀려 병특요원 대상이 된 것이다.
하 씨는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게임회사에 근무하던 중 군에 입대하게 되면 제대를 해도 다시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병특요원을 신청했다가 배정받지 못한 A사는 난감해 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고급인력 확충이 절실해 이를 병특요원으로 대체하려고 했지만 배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사 사장은 “고급인력의 경우 엄청난 연봉때문에 엄두도 못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병특요원 축소로 인해 개발사나 개발자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병특 축소는 게임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정부에서는 산업적인 특성을 파악 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의 병특제 확대 요구는 지난 2002년 병무청의 축소방침이 정해지면서부터 줄곧 이어졌다. 2004년의 경우 67개사 신청했지만 30개사만이 선정돼 30명의 병특요원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는 병특요원이 50여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마 당초 200여면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게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정부에서는 이 규모를 2012년까지 운영하다가 이후에는 완전 폐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병특제 축소로 인해 게임업계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20대 초반의 개발인력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개발업무에서 떠나 군에 입대하게 되면 2년동안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2년이란 시간은 게임 트렌드가 서너번은 바뀔 수 있는 긴 시간으로 개발자가 군에서 제대하고 다시 게임업계로 돌아온다 해도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게임업계는 이 때문에 병특요원의 수를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게임업계에 배정되는 병특요원의 수가 타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체는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숫자가 줄었지만 게임계는 4분의 1로 더 크게 줄었다”며 “병무청에서 전산업 분야의 병특요원을 줄이기로 한 만큼 어느정도 줄어드는 것은 감수하겠지만 비슷한 수준에서 맞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업계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병특 축소의 가장 큰 요인은 현역병 확충이다. 인구 감소와 군 복무 기간 단축 등으로 현역병이 줄어들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어쩔수없이 병특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한 관계자는 “현역병 확충을 위해서는 병특 인원을 현역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다”며 “업계의 요구는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군이 점차 전산 시스템화 되면서 IT기술을 가진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 점도 IT관련 산업의 병특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적게 배정되는 이유로 보인다.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게임업체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게임업계에서는 병특요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2005년에 병특요원제를 완전 폐지하겠다는 방침에서 2012년까지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에 위안을 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문화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게임업계의 특성을 설득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병특 문제가 중소 게임업체에겐 사활이 걸릴만큼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 적극적인 행동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게임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병특요원을 늘려나가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게임산업협회 등 게임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병특 확대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업계 뿐 아니라 주관부처인 문화부와 국회의원 등이 한 목소리를 낼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