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랫폼 게임개발 바람

모바일게임 업계에 ‘멀티 플랫폼’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아예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존 휴대폰은 물론이고 향후 서비스될 와이브로와 휴대형 게임기 등 다양한 플랫폼과 연동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개발 프로젝트가 활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멀티 플랫폼 게임의 성공 여부와 함께 모바일 게임을 기반으로한 새로운 개념의 원소스 멀티유즈가 업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견 모바일게임업체인 A사는 지금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에 한창이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멀티 플랫폼 게임은 휴대폰에서도 온라인게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차세대 플랫폼인 와이브로,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 PSP 등과도 호환되는 게임이다.

이 때문에 서버도 존재하며 온라인게임이나 휴대용 게임기와 유사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 A사는 향후 커뮤니티와 파티시스템 등을 위해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A사는 현재 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1차 테스트가 진행되는 2월말까지 모바일게임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인 22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온라인과 연동시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NDS나 PSP 등으로 컨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바일 멀티 플랫폼 게임을 개발하거나 이를 적극 고민하고 있는 업체가 대형 모바일 업계를 중심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모바일게임 업체인 B사도 최근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기 위해 온라인게임 개발자 모집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선발기업을 중심으로 서너개 업체가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올해 안에 10여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왜 멀티 플랫폼인가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멀티 플랫폼 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다운로드수가 줄어들며 매출이 하락하는 등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팽배할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 멀티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인 셈이다. 휴대폰용 모바일게임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한계가 많다는 얘기다.

단말기 성능이 몰라보게 좋아져 다른 플랫폼과의 하드웨어 환경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도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로인해 멀티 플랫폼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A사의 경우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SKY단말기인 IM6400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 예전보다 안정적인 상태여서 어디에서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멀티 플랫폼 시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멀티 플랫폼 게임을 개발중인 업체들은 올해가 이같은 트렌드가 정착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장밋빛 청사진이 담긴 콘텐츠라고 확신한다.

A사 관계자는 “이 시장은 신규 시장인 만큼 활성화가 이뤄질 경우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으로 컨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파이가 크고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닌텐도DS나 PSP 등 차세대 휴대형 콘솔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멀티 플랫폼 모바일게임의 가능성을 높게하는 점이다. 이들 게임기는 휴대폰 기반의 모바일게임이 시장을 좌우하는 국내 실정상 대박은 어려울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고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닌텐도DS나 PSP 둘다 단일 플랫폼만 보면 시장 규모가 작고, 개발업체로 선정되기도 싶지 않지만, 모바일 전체를 겨냥해서 개발한다면, 그만큼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

이처럼 멀티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자금 문제가 선결 과제다. 멀티 플랫폼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20억에서 많게는 30억원에 달한다. 기존 개발비의 10배 이상 들어가는 셈.

때문에 이같은 비용 부담을 안고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업체는 현재로서는 컴투스·게임빌·넥슨모바일 정도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컨소시엄 형태나 외부 투자 유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멀티 플랫폼 개발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현실적으로 국내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이나 휴대용 게임을 개발할 고급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위해 온라인게임 개발 인력 등을 스카우트하고 있지만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동하려는 개발자가 드물다.

멀티플랫폼이 모바일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통신료 문제도 반드시 해결돼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텃밭인 휴대폰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통신료가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다는 것. 최근 모바일게임업체들이 네트워크 요금 완전 정액제 도입을 적극 요구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별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온라인게임 처럼 통신료 부담없이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야 다양한 플랫폼을 즐기던 유저들을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와 멀티 플랫폼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