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글로벌IT기업 변신 서두른다(3)인력 허브 거점으로

 기업 환경이 빠르게 글로벌화 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 소재지를 따지는 것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시장도 변했다. 내수와 해외 시장 경계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기업은 공개된 시장에서, 경쟁력이라는 잣대 하나로 평가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경쟁력을 가름하는 기준의 하나가 바로 우수한 인력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다양한 시장 환경을 경험한 인재가 기업 경쟁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다국적 IT 기업은 이런 면에서 세계로 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오랜 기간 글로벌 환경에서 적응해온 다국적 기업은 기술·사업 구조·인력 등 각 분야에서 앞서 가는 게 사실”이라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을 제대로 활용하느냐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국적 IT 기업은 그동안 인력 면에서 ‘IT 강국 코리아’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IT 산업 초창기에 이들 기업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IT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했던 수많은 엔지니어와 세일즈·마케팅 전문가가 산업계 곳곳에서 활동하면서 국내 기업도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은 CEO급과 같은 고급 인력도 시작 단계지만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 사이에 활발한 접점을 만들고 있다. 올해 초 LG CNS 사령탑을 맡은 전 IBM 출신 신재철 사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력 교류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한번 다국적 기업에 몸을 담으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선택의 폭이 좁아 제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력 관리를 통해 ‘몸값 올리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도 핵심 인력은 외부 수혈보다는 내부에서 키워야 한다는 기업 정서도 한몫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도 같은 조건이라면 국내보다는 대우가 더 좋은 다국적 기업을 좋아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수 인력 ‘풀(Pool)’을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국적 IT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커녕 자유로운 인력 교류를 위한 주변 환경도 턱없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통부가 글로벌 CEO 포럼에 이어 실무 인력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모임 등을 만들었지만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한 임원은 “하이테크의 상징처럼 일컫는 미국 새너제이의 실리콘밸리를 만든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우수한 인력 집단”이라며 “국내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앞선 기술 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