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자에 이어 국내 장비·재료 분야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전방위 특허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송의 목적이 승소보다는 국내기업의 영업 방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어드반테스트가 최근 국내 테스터 핸들러 업체인 테크윙에 대해 대만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 파이컴·세메스·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주요 장비 업체들이 외국 기업들과 특허 관련 소송에 시달렸고,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재판 결과 외국 기업들의 특허 침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내 업체 견제가 특허 공세의 주목적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내 전자 산업의 입지가 커지고 국산 장비 및 소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에 위협을 느낀 해외업체들의 특허 분쟁이 PDP 등 소자 단계를 넘어 장비·재료 등 원천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란 지적이다.
심재균 테크윙 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급성장하며 해외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특허 공세=외국 장비·재료 업체들의 특허 공세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일본 어드반테스트는 테크윙의 핸들러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대만 신쥬 지방법원에 수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04년 국내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대만으로 전선을 확대한 것.
미국 폼팩터는 반도체 검사장비의 핵심 부품인 프로브카드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파이컴을 제소했으며 오스트리아 SEZ는 SWP(Single Wafer Processor) 장비를 생산하는 세메스를 제소한 바 있다. 주성엔지니어링과 AKT도 LCD용 PE CVD 장비 특허를 다투고 있다.
◇일단 걸고 보자=최근 파이컴은 특허무효 심결 취소 소송 중 1건에 대해 승소, 지금까지 관련 4건의 소송 중 3건에서 승리했다. 세메스는 SEZ와의 소송에서 승소, 대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허법원은 “SEZ의 기술은 이미 업계에 공개된 기술로 특허는 무효”라고 판정했다. 롬앤드하스는 SKC에 CMP패드 관련 특허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테크윙도 “우리 기술은 수직 도킹 구조로 수평 구조인 어드반테스트와는 전혀 다르다”며 강력 대응을 다짐했다.
일본 호야는 포토마스크 원료인 블랭크마스크 생산 업체인 에스엔에스텍을 제소했으나 에스엔에스텍은 “호야가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제품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대책마련 시급=외국 업체들의 거듭되는 특허 공세는 국내 장비·재료 업체들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세계 선도 업체로 부상하고 시장이 커짐에 따라 국내 장비·재료 업체들이 동반 성장하면서 그간 시장을 장악해온 외국 업체들이 불안을 느낀다는 것. 국내 업체보다 현지 대응력이 떨어지는 외국 업체들은 특허 공세 등으로 국내 업체의 개발 노력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원이 한정된 중소기업으로선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 개발과 영업에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유관협회와 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