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16)가전업계 전략

나라마다, 기업마다 홈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어떤 나라는 건설사가 신축건물을 중심으로, 어떤 나라는 휴양지 및 고급 빌라나 리조트를 중심으로 구축되기도 한다. 홈네트워크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대형 아파트단지에 대규모로 구축하는 사례도 나온다. 공통점은 각국마다 대부분 홈오토메이션을 홈네트워크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와 AV중심의 새로운 홈네트워크 솔루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홈오토메이션이 아니라 소비자가 보고 즐기는 콘텐츠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가전업체도 이같은 변화를 인지, 새로운 홈네트워크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건설업체와 장비제조업체 중심의 디지털 홈 구축 전략은 장비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이른바 ‘네트워크’ 중심으로 흐를 수 밖에 없었다. 콘텐츠 유통과 내용, 사업모델보다는 신축시장에서 네트워크를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구축하는가, 어떤 단말기를 설치할 것인가를 수익모델로 봤기 때문이다. 홈네트워크에 대한 이런 업계 시각은 당초 소비자를 겨냥했던 ‘서비스 중심’ 시각보다는 네트워크 구축과 장비 판매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관심보다는 신축 아파트 건설시장에 눈길이 쏠렸고, 콘텐츠 등 소비자 관심을 끄는 킬러 비지니스 모델을 찾는데는 소홀했다. 홈네트워크를 주도할 가전업체와 통신서비스 사업자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3년 남짓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업계는 기존 전략을 수정,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가전업체 암중모색=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홈네트워크 장기 목표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두고 있다. 가전제품 시장 확산은 물론 소비자 생활공간에서 삶을 바꿔 내려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 홈비타, LG전자 홈넷 전략은 초기 네트워크 구축 수준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TV포털 전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양사는 현재 내부적으로 TV포털 관련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TV포털에 대한 전략은 신축 뿐만 아니라 기축 시장까지 한꺼번에 포함시키는 거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이 최근 HANA 컨소시엄 구성에 전사적으로 몰입한 것이나, LG전자가 포털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양한 TV포털을 시험하고 있는 것도 소비자를 겨냥해 콘텐츠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HANA의 경우에는 대형 콘텐츠 업체를 제휴사로 끌어들여 이들의 수익보장을 하는 방법을, LG전자는 실생활에서 소비자가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양사 전략은 차별화되는 듯 싶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올리는 P2P시장을, LG 입장에서는 수준높은 전문 콘텐츠 확보가 아쉬울 수 밖에 없어 조만간 유사한 형태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지만 이들에 대한 대타협도 가능하다.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격적인 제휴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HANA, LnCP, DLNA등 다양한 하드웨어 표준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관련 서비스의 대타협은 초기 시장 확산을 위해 양사가 고려해볼만 방안으로 꼽힌다. 천문학적인 콘텐츠 비용을 절감하고, 초기 소비자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 만한 조건이 없다.

◇해외 가전업체 역시 엔터테인먼트=마쓰시타가 추구하는 홈네트워크는 기존 홈오토메이션에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가미한 형태다. 디지털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무선통신등 3가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소비자 생활공간인 가정과 자동차 부문을 연결한다.

마쓰시타 ‘eHⅡ하우스’는 홈게이트웨이를 통해 인터넷과 정보가전(NET 가전)을 연결하며, 여기에 개인이 원하는 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 홈라이프 등 4개 공간별 기능을 반영한다. 기기중심의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의 활동공간을 구분해 서비스를 구체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보가전 범위는 디지털 TV, PC, 통신기기, 백색가전 제어 콘트롤러, 휴대단말기, 자동차 네비게이션 뿐 아니라 주변에 접속되는 기기를 통칭한다.

생활공간에서는 가정이나 이동중에 비디오 채팅, 보안서비스, 게임, 콘텐츠 감상 등이 들어간다. 마쓰시타는 콘텐츠 서비스 강화를 위해 ‘코믹@메일’, ‘미야콜 매거진’, ‘울트라 대작전’등을 만든 개발업체와 제휴한 상태다. 주요 방송사,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와 광역케이블 전화서비스 제휴도 모색된다. 마쓰시타 전략에서 주목할 부문은 ‘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라고 명명된 콘텐츠 사업 강화다. ‘소비자가 누리는 생활로부터 아이디어’를 꺼내 단말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활공간에 침투하려는 야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니는 소니픽쳐스, 소니 뮤직,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여전한 강자다. 소니의 특징은 전문 콘텐츠는 물론 개인 기반의 콘텐츠 영상 제작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니는 디지털 홈에서 단말부터 콘텐츠 까지 모두를 보유하고 있어 네트워크 구축과 동시에 상대 우위에 있는 브랜드, 타겟마케팅, 글로벌 영업이 가능하다. HD캠코더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이 영상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예상된다. 전문가가 제작한 고품질 콘텐츠부터, 소비자가 직접 HD캠코더로 실생활 콘텐츠를 소니의 제품을 통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기업탐방-씨브이네트

씨브이네트(대표 유광석 www.cvnet.co.kr)은 2000년 홈네트워크 구축 및 서비스 운영,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U콘텐츠 서비스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삼성건설을 대주주로 코오롱, 벽산, 한화 등 건설사들이 아파트 홈네트워크 시장 확산에 대비해 만든 자본금 32억의 회사다. 99년 ‘사이버빌리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삼성건설 내부 인터넷 사업부가 독립하면서 설립됐다. 창업 5년만에 올해 400억 원대 매출을 노릴 만큼 그 규모가 급성장한 것도 주목된다.

지난해 이 회사는 ‘UASIS’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유비쿼터스(Ubiuitous)시대에 오아시스(Oasis)가 되겠다는 의미의 브랜드다. 이 뜻처럼 유비쿼터스 환경에 대비해 세대와 단지내에 각종 디스플레이에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장기 사업전략이다.

이 회사는 요즘 홈네트워크 하드웨어에 콘텐츠와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토털 솔루션을 준비중이다. 홈네트워크 구축 이후 아파트 등 공동 주택에서 지속적인 수익원을 창출하려 하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디지털 홈에 대한 기획과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홈네트워크 전문회사를 지향한다.

씨브이네트는 보급형, 고급형 상품을 OEM으로 생산, 삼성건설등 주요 건설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보안 및 주차관제시스템, 세대내 운영관리시스템 등 통합단지 관리시스템 구축도 이들의 몫이다. 아파트 단지별로 홈페이지와 홈노트,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1월 현재 씨브이네트는 삼성래미안, 코오롱 하늘채, 벽산 블루밍 등 국내 주요 건설사 아파트 100여개 단지 8만세대에 홈네트워크 및 홈오토메이션 시스템 및 초고속인터넷 기반 인프라를 구축했다. 마포트라팰리스외 4개단지 2472세대 등 향후 2만8000여 세대에 대한 홈네트워크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회사는 향후 DTV 기반 미디어라이브(Medi@Live)보급, 헬스케어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 홍콩, 베트남등 해외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인터뷰-백영석 부사장

-홈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평가는.

▲표준화, 법제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및 업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생활 속으로 흡수될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콘텐츠 및 서비스 측면보다는 장비 및 시스템 등 공급자 입장이 강조되고 있어 많은 고객층에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전망은.

▲지난해까지는 네트워크 도입기였다고 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솔루션 및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분야의 관심이 크게 늘 것이다. 그간의 시범서비스를 바탕으로 개인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형태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씨브이네트 강점은

▲토털솔루션 제공업체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만의 디지털 TV포털 시스템인 미이어 라이브 신상품 개발, 단지내에서 활용하는 매직미러 신상품 개발등 기술력과 경험이 뛰어나다. 특히 주요 핵심건설사와 전략적 제휴 및 대규모 물량확보로 TV포털에 대비한 콘텐츠 테스트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올해 사업 전략은.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한 솔루션 개발과 서비스 개발이다. 콘텐츠 기반의 홈네트워크 서비스 사업도 강화할 것이다. 올 8월 역삼 개나리 1차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미디어라이브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