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에 세상이 펼쳐진다.’
몇 년 전에는 TV광고 문구였지만 이제는 지하철에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학생이나 카페에서 DMB폰으로 최신 유행 드라마를 보는 연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와 함께 모바일게임·정보콘텐츠·교육콘텐츠 등 모바일콘텐츠는 유망 IT수출 품목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차세대 대표주자인 모바일콘텐츠 수출을 돕기 위해 대표적인 국가 지원기관 두 곳이 발벗고 나섰다. 2004년 1월과 4월 잇따라 문을 열고 운영중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원장 고현진)의 ‘글로벌모바일테스트베드’가 그곳. 두 기관은 독자적으로 모바일테스트베드를 운영하던 중 지난해 4월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모바일테스트베드’라는 통일된 이름으로 시설을 연계 운영해 업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모바일테스트베드’에서는 GSM·CDMA·GPRS 등 세계 각국의 무선통신 환경을 구축하고 해외와 똑같은 모바일 환경 속에서 새로 개발한 모바일콘텐츠의 서비스 제반 문제를 미리 점검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수백대의 단말기. 폴더형·플립형·PDA폰은 물론 최첨단의 성능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수많은 단말기가 모여 있는 이곳은 가히 휴대폰 전시관을 방불케 한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230여대, 소프트웨어진흥원은 170여대의 단말기를 운용하고 있다.
각 부스에서는 수출용 모바일콘텐츠와 솔루션을 테스트하는 업체 관계자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수출 지역의 주요 휴대폰으로 직접 게임을 해보기도 하고 휴대폰 간 네트워크 지원 테스트를 위해 두 대의 단말기 모니터를 번갈아 보느라 여념이 없다. 국산 모바일콘텐츠를 해외용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고성능 PC를 통한 디버깅 및 이미지 작업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진흥원 모바일테스트베드의 한 쪽에는 육중한 유럽 표준이동통신(GSM/GPRS) 시험 기지국이 가동중이었다. 국내에서 하기 힘든 GSM 방식의 테스트에 주력하기 위해 설치됐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에는 유럽과 동일한 통신 전파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신규 규격 연동 테스트 행사 ‘오마(OMA) 테스트페스트 넘버10’의 GSM 부문을 치러낸 것도 이러한 테스트 환경 때문이라는 게 진흥원측 설명이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은 “GSM·GPRS 개발환경을 제공하고 해외 주요 단말기를 모두 갖춘 모바일테스트베드 덕분에 지난해 7월 차세대 모바일게임 솔루션인 GNEX의 심비안 호환 버전을 개발하고 유럽·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실제로 두 기관의 모바일테스트베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 모바일테스트베드를 거쳐 수출된 모바일콘텐츠 수출액이 현재까지 484만달러에 이르고 소프트웨어진흥원은 2억67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수출경비 절감효과도 문화콘텐츠진흥원 65억여원, 소프트웨어진흥원 75억원 등 매우 크다. 여기에 사전 테스트를 통한 오류 최소화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어 한국산 모바일콘텐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국내에서 테스트 작업을 마무리함으로써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모바일 시장인 중국 베이징에 ‘모바일 포팅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수출상담에서 현지 플랫폼 적용을 위한 콘텐츠 변환, 현지 기업과의 수출계약 등 전 과정을 지원하는 ‘모바일콘텐츠 수출 원스톱 서비스센터’다.
이상길 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은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업체들의 안정적 이용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적인 검증 도우미로서 뿐만 아니라 해외 사무소와 연계한 작업으로 현지 바이어를 소개하고 국내 기업의 수출을 독려해 실질적인 실적에 이바지하는 수출 도우미로도 활동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권택민 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장도 “모바일콘텐츠가 한국의 수출효자 산업으로 자랄 수 있도록 모바일테스트베드가 산파 역할을 할 것”이라며 “CDMA에서 HSDPA, 와이브로 등 통합 모바일테스트 환경을 구축해 콘텐츠 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