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기술 협력, ‘핵심 포인트 지역’을 선점하라.”
우리나라의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주요 기술협력 국가를 선별해 권역으로 묶은 거점을 마련하는 ‘포인트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 전략의 최대 과제는 ‘국제 기술 협력’이다. 이를 위해 각 주요 거점 지역의 기술수준과 국가별 차별화된 협력 전략을 추진하면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004년 10월 기업·대학·연구소 기술역량 강화를 위해 ‘국제기술협력 기본 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산업기술재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등 국제협력 유관기관 간 협의를 통해 실행계획인 ‘K-GIN(글로벌 기술혁신 네트워크: Korea Global Innovation Network)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K-GIN’ 프로그램은 △5개 권역별 거점 조성 △국제기술 협력 로드맵 수립 △공동 연구개발(R&D) 협력기반구축 △글로벌 기술정보 포털 △권역별 기술 전문인력 양성 등 주요 5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기술협력 시너지 향상에 초점= 가장 먼저 시행된 권역별 거점 조성 사업은 지역별 기술협력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요 기술협력국가들을 미주·유럽연합(EU)·중국·아세안·유라시아 등 5개 권역으로 묶어 권역별 기술 거점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를 중심으로 기술협력과 정보교류, 인력교류를 총괄 운영하고 있다.
산자부는 산업기술재단을 사무국으로 선정하고, 아세안 권역(베트남)과 동북아 권역(중국)은 기존 협력센터를 확대 지정하는 한편 미주권(미국)·EU권(독일)·유라시아권(러시아) 등은 신규 지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 권역별 주관기관도 함께 지정해 미국·중국·베트남은 생산기술연구원이 담당토록 했으며 독일은 동서대, 러시아는 산업기술재단이 각각 맡았다. 5개 권역을 중심으로 인근 국가까지 전략 지역을 확대 운영했으며 각 권역별 중점 기술 분야도 확정해 협력 분야를 짜임새 있게 추진하도록 했다. 표 참조
거점 운영을 지원하는 자문단과 운영협의회도 꾸려졌다. KOTRA·중진공·기술거래소·산기협 등 해외 기술협력 유관기관과 중소기업 지원기관을 중심으로 평가·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해외 거점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방향은 물론 거점 간 협력방안과 연계방안을 자문하는 역할을 담당토록 했다. 이와 함께 산자부·해외거점 운영기관·산업기술재단·ITEP 등이 공동 참여하는 운영협의회를 마련, 종합적인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원스톱 국제기술협력 서비스 제공=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해외 거점들은 각 지역에서 구체적인 기술 협력 업무에 착수했다. 우선, 국제기술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표인 로드맵 수립에 나섰다. 지역별 핵심기술별로 최적의 협력 대상 국가와 기관을 발굴하고 세부적인 협력전략을 담은 ‘협력 매트릭스’를 수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공동 기술개발 전략과 인력·정보교류 등 기반구축 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실행 업무에 착수해 일부 성과를 올렸다. EU가 진행하고 있는 범유럽 공동 R&D 프로젝트인 ‘유레카’에 참여하기 위해 로봇과 디지털전자분야 등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거점 운영을 통해 가장 가시적인 성과물은 ‘글로벌 기술정보 포털’을 구축한 것이다. 협력국의 기술정보와 권역별 거점 전략을 통합하는 온라인 정보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산자부는 지난해 9월 ‘해외 기술협력거점 워크샵’을 개최하고 권역별 국제기술협력 거점사업을 본격 출범시켰다. 당시 워크샵에서는 산업기술재단의 ‘국제기술협력센터’간 업무협력 시스템과 국제기술협력포털(K-GIN 온라인·http://www.globaltechnology.or.kr)을 활용한 지원서비스 구축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10월까지 5개 거점의 모든 해외 거점사무소가 설치됐으며 기존에 현지거점이 마련된 아세안과 중국을 중심으로 K-GIN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산자부는 이를 통해 권역별 특화된 기술협력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국내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국제기술협력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술 전문인력 양성’도 해외거점의 주요 업무 중 하나. 각 권역별 기술전문가가 부족해 연구소·대학·기업의 기술인력을 대상으로 기술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있다.
김범룡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제협력단 팀장은 “해외 거점 운영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국제 기술 협력사업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며 “첫 발을 내디딘 지난 2004년은 준비기간이었고 지난해에는 업체 모집과 공동 연구를 위한 수요조사 등을 실시한 준비 단계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협력업무를 시작하는 원년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5대 거점 센터의 지역별 전략과 성과
기술 협력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최전방 전진기지인 5대 거점은 지역별·국가별 기술 특성과 현황이 달라 각각의 전략적 방향도 판이하다. 이를 통한 기대효과도 거점별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현장 최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K-GIN’의 5대 거점 센터별 소장들로부터 각 지역별 전략을 알아본다.
◇한성호 소장(미주 거점)= 국내 중소기업들이 가장 기술협력 요구가 높은 미주권에 기술협력 창구를 마련하고 활성화해 미국 내 산학연과 실질적인 동반자 체제를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내 기술 정보 인프라를 구축 운영하고 미국 내 국내기업을 위한 거점을 확보, 현지에서 기업 간 기술교류와 국내 기업의 미국진출은 물론 미국 우수 인력 유치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미주권 내 세계 일류 기술 보유기관과의 협력창구를 마련하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승기 소장(아세안 거점)= 한-베트남 생산기술지원센터는 생기원과 하노이 공대 공동으로 2001년 설립됐다. 그동안 20여개 현지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산업기술교류와 기술이전, 전문가 교류 등의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 한-아세아 기술협력거점 사업으로 전환, 아세아 권역 내 국가들에 대한 산업기술 협력거점 역할에 나섰다. 이를 통해 아세안 기술협력 및 정보교류 촉진, 아세안 진출희망기업 활동지원, 전문가 교류 및 우수기술인력 유치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송용원 소장(유라시아 거점)= 유라시아 지역의 러시아를 비롯한 동슬라브 국가, 코카서스 3개국, 중앙아시아 5개국, 발틱 3개국으로 구성된 구 소련 지역 국가의 첨단 및 원천 기술을 확보해 국제공동연구개발, 실용화 및 산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유라시아 지역 국가의 기초·원천 과학기술능력을 한국의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 기술 혁신화는 물론 기술선진국 입국에 발판이 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조만기 소장(유럽 거점)= 한국과 유럽에 각각 본부(부산, 동서대학교)와 현지 사무소(독일, 바이에른주 에어랑엔)를 두고 EU권 국제기술협력 네트워크 구축, 한-EU 기술협력 매치메이킹, EU권 기술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정보의 국내외 확산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 기본 계획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선도기업과 우수 연구소 유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나갈 방침이다.
◇박균명 소장(중국 거점)= 중국 진출 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기술에 대한 체계적 수집과 관리, 해결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술현지화와 업그레이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지원을 위해 전문가와 기술도우미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현지 시범사업을 발굴하고 해당 기술 전문가와의 교류지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기술 수요기획 조사는 물론 중국 현황 파악을 위한 정보교류도 활발히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기술 협력 사례와 성과
글로벌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해외거점 마련은 단시간 내 성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중장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별 특화 전략에 따른 맞춤형 기술협력의 결과다.
산업기술재단 국제기술협력센터는 현재까지 49억8000억원의 예산을 통해 총 17여개의 국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대상은 기술선진국인 미국·영국·독일·프랑스는 물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벨로러시 등이 포함되며 중국·인도·베트만 등 개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사업 목적별로 기업지원사업, 인력유치 및 양성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해왔다. 총 7회에 걸친 국제협력 행사를 통해 국내 230여 중소업체와 국외 700여 업체가 참여했으며 기업 간 상담회 및 투자 유치 활동 등 행사 형태도 다양하게 시도됐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전과 전략적 제휴는 9건에 달했으며 기술 수출 계약은 8건이 체결돼 총 계약 금액은 1억1000만달러, 상담금액은 7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놀라운 성과물을 나타냈다.
주요국과의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공동 기술 개발도 추진됐다.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기회 제공 및 우수인력 교류 등 국제협력 기반 구축을 위해 해외 주요 기관 및 대학 등 7개 기관과 MOU를 체결하는 등 발빠른 사업 추진력을 보였다. 표 참조
국내 핵심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인력양성 사업도 눈에 띄게 실적이 호전됐다. 해외기술인력 유치 지원사업이 지난 2004년 58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30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베트남 고급기술 인력박람회를 개최해 기술인력 60여명을 채용했으며 유라시아권 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4개 분야 총 200명을 지원했다.
영국과의 공동기술개발사업 및 파트너십 기금을 연계 활용해 과제 도출에서 공동협력 및 성과 활용 등 협력지원 체계 구축했다. 한-영 산업기술협력 워크숍을 개최한 자리에는 양국 50여 기업이 참석했으며 기술협력단이 유럽 콘퍼런스에 참석해 상담과 현지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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