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일제히 로봇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각 지자체는 이에 대해 “로봇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분야별로 차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당장은 중앙 정부의 추진 정책에 맞춰 역내 관련 업체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3년 내 일부 지역의 도태가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왜 로봇인가=침체된 지역의 산업 활성화가 제1 목표인 지자체로선 중앙 정부가 성장동력 사업으로 지정,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로봇산업에의 진입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로봇산업팀을 신설해 종합적인 육성 정책을 본격화하는 산업자원부와 국민로봇사업을 추진하는 정보통신부 두 부처에서 1년에만 800억여원을 로봇 관련 예산으로 풀고 있고, 지역 특화 사업과 부품소재 개발사업 등에서 로봇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예산을 합치면 연간 1000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가 주력하는만큼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고 지역 내 관련 벤처들도 최근 활발하게 움직여 적절한 시기라는 게 지자체의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지자체의 1호 사업이었던 바이오 산업의 열기가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으로 급속히 가라앉으면서 로봇 분야에 관심을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중앙 정부의 지원이 성장동력 사업, 지역 특화 사업, 지역 균형발전 사업 등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복 제한 장치가 없다는 점도 중복을 부채질하고 있다.
◇차별화 시도 아직은 효과 적어=지자체들은 자체 배후산업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은 역내 지능형 로봇 업체가 3∼4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용 로봇 분야로 범위를 확대, 대구·경북 지역의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230여개의 메카트로닉스 업체를 발굴할 계획이다. 나아가 타지역에도 R&D 성과를 나눠주는 R&D 허브를 노린다.
산업 기반이 약한 대전도 낙후된 타 분야 지역 제조산업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시에 로봇 완제품 외에도 음성 인식, 비전, 부품 등 부분기술 산업체 발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인천은 R스포츠 기반을 최대한 살리고 광주는 광주삼성의 가전산업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산업이 초기 단계인만큼 독자적인 방향 설정보다는 산자부·정통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 담당자들의 말이다.
◇일부 지역 도태 불가피=각 지자체의 사업은 각각 △국가 성장동력 사업 △지역 균형발전 사업 △지자체 고유의 발굴 사업 차원에서 별도로 추진되기 때문에 하나의 일관된 전략으로 체계화되기 어렵다.
각 지자체 사업 외에도 연간 1100억원이 지원되는 지역 특화 사업 가운데 대구·경북이 메카트로닉스, 경남이 기계·로봇, 대전이 지능형 로봇, 전북이 기계·자동차 부품을 지정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제외하고는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배후산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의 중복은 고스란히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의 교통 정리가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 지역 제조업체들의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신규 산업 분야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도태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정열 산자부 로봇산업팀장은 “지역 균형발전 사업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는 별개로 추진된다”며 “기업으로서는 여러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결국 지역이 경쟁력있는 기업을 유치해 실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