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수익 경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주요 SW업체가 앞장서 품질 개선을 통한 제값받기에 나선데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도 정부부처에 SW가치 제고에 대한 전방위 협력을 요구하면서 발주처에서도 SW에 대한 인식 변화의 기운이 엿보인다. 많은 사람이 올해를 사실상 SW업계의 수익경영 원년으로 삼는 이유다.
◇업계 “제값 받겠다”=SW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주도업체를 중심으로 제값받기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IT서비스업체와 발주처에 끌려다니다간 파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X인터넷업계 선두주자인 투비소프트의 김형곤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짜면서 손해나는 프로젝트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기로 경영방침을 정했다”며 “SW업체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기술력을 배가시켜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값받기 경영을 통해 성공한 업체들도 하나 둘 나오면서 SW업계가 가격 정책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인사관리솔루션 시장에서 외산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는 화이트정보통신의 김진유 사장은 “국내 SW업계가 제품 개발보다는 수주경쟁에만 매달려 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기술력만 있으면 제값을 받고도 SW를 팔 수 있다”고 밝혔다.
SW업계는 국가공인 SW품질마크인 굿소프트웨어(GS) 인증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조풍연 GS인증사협의회장은 “발주처와 IT서비스업체에 GS인증을 받은 SW는 명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SW는 공짜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진만큼 이제는 SW의 가치를 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 “제값 주겠다”=주무부처인 정통부도 적극적이다. 구호에만 그쳤던 과거와는 달리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정통부와 조달청 간 체결한 조인식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양측은 이날 조인식에서 SW가 제값을 받는 환경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가격변동의 특이점이 없는 한 최저가가 아닌 최빈가 또는 가중평균 방식으로 SW 가격을 산정하기로 합의했다. 최빈가는 거래가격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가격을 말한다.
조달가격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조달청의 ‘구매업무심의회’에도 3월부터 SW 전문가가 참여토록 해 SW 조달가격의 적정성을 심의하기로 했다.
형태근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정통부와 조달청 간 교환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SW 공공구매의 선진화 기반이 마련됐다”며 “SW 제값받기에 정통부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또 별도로 SW 구매제도 개선대책을 마련중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SW산업발전전략보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SW 제값받기를 위해 공공부문 SW 구매자와 국내 SW업체 간 모임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중이다.
다음달 말 열릴 예정인 공공발주 보고대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주처 “무조건 깎진 않겠다”=발주처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국산SW 기피 현상이 많이 사라졌다. 티맥스소프트 등 일부 업체가 외산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GS인증을 통해 품질을 공인받는 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까지 나서 “SW 제값받기에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발주처의 인식 변화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강재화 공공기관발주자협의회장은 “SW 가격을 무조건 후려치는 관행은 사라지고 있다”며 “GS인증 등 품질을 검증받은 제품을 중심으로 정통부의 SW 제값받기 정책을 최대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소 SW업체가 도산하더라도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업계와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