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17)IP공유 추가 과금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금까지의 모바일 컨버전스가 휴대기기의 기능복합화 중심이었다면 향후 진행될 컨버전스는 새로운 서비스가 결합하는 업종 간·서비스 간 융합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모바일 컨버전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기업경영과 정부정책의 혁신이 요구되며 휴대기기 제조업체, 서비스 사업자, 콘텐츠 업체 등이 서로 조정하고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며 협업을 요구했다. 컨버전스에 대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민첩하고 용의주도하다. 협력과 조정, 제휴보다는 선점이 먼저다. 컨버전스 등장으로 기존 통화요금 수익이 줄어든 통신 및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KT(대표 남중수)는 최근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여러 개로 나눠 쓰는 공유기 사용자에 대한 과금시스템을 개발, 이르면 내달 과금 적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KT의 IP 공유기에 대한 추가 과금 방침은 ‘All IP’를 지향하는 디지털 홈 업체에 충격으로 다가온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가입자 중 1개 회선을 3개 이상의 공유기로 나눠 쓰는 가입자, 즉 기업 고객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초고속 네트워크와 TV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 홈오토메이션 서비스가 이뤄지는 미래 홈네트워크 시장을 겨냥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개 회선을 공유기로 나눠 쓸 수밖에 없는 홈네트워크 구조상 IP 공유에 대한 추가 과금은 홈네트워크 비용 상승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IP 공유기에 대한 규제조치는 홈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기본을 흔들 수 있는 큰 요인이 된다. 정통부 IT839 정책의 핵심인 홈네트워크 사업을, 정부와 홈네트워크산업협회 회장사인 KT가 IP공유기에 대한 추가과금 방침을 만들어내면서까지 막는 괴이한 형국이 돼버렸다. KT는 이미 지난해 정통부에 이용약관 변경을 신청,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정통부와 KT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던 홈네트워크 산업을 차단하는 우를 범했다.

 ◇IP 기반 시장 확산에 대비=KT 움직임은 TV포털, 홈오토메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홈 특성상 개별 단말 간 별도 과금체계를 유지할 경우 상당한 수익이 예상된다. 방마다, 가구마다, 서비스마다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모든 단말에 대한 과금체계를 갖춤으로써 KT는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미래 수익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IP 공유에 대한 제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큰 그림이었다. KT는 큰 저항감 없이 IP 공유문제를 해결, 지난해 이용약관을 통해 과금체계를 명문화했다. 정통부는 IP 공유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토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채 KT 이용약관을 승인하고 말았다.

 이 내용대로라면 가정 내 홈네트워크가 구현되면 TV, PC, 노트북PC, 러닝머신, 도어폰, 냉장고, 가스검침기, 도난경보기, 밥솥, 세탁기 등도 과금 대상이 된다. 소비자는 디지털홈사업자는 물론이고 TV포털 운영 사업자, 각종 서비스 업체에 요금을 내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 KT에는 수익 보장을 주지만, 이제 막 싹을 틔우는 홈네트워크 업계에는 치명적이다.

 ◇홈네트워크, 기회와 위기=컨버전스는 사용자에게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가져다주고, 사업 주체에는 사업 기회를 확장시킨다. 그러나 막강한 위상을 가진 사업 주체의 사업기회 확장은 다른 기업에는 위협의 대상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네트워크, 서비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켜 나가기 일쑤다.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장벽을 곳곳에 심어놓는다. 다른 경쟁사업자의 시장 출현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절차가 그것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업자,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 선발 사업자와 후발사업자 간의 다툼 등은 기득권 유지와 이를 타파하려는 기업집단 간의 싸움이기도 하다.

 KT의 IP 공유 추가 과금문제는 후발사업자와 경쟁 콘텐츠 업체를 막으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일단 그 대상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중 IP를 공유하는 대상이 되겠지만, All IP 기반을 지향하는 홈네트워크 특징상 과금 영역을 회선 1개에서 여러 개로 세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디지털 홈이 가속화될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된다. KT는 디지털 홈에서 수익 기반을 창출하며, 현재의 통신요금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반면 디지털홈을 억누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별 단말에 대한 과금이 이뤄지면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실제 디지털홈 서비스 사용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 빈도가 낮은 디지털홈 서비스는 사용하지 않아도 IP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금 대상이 될 수 있다. KT에는 디지털홈이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KT에는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홈네트워크를 준비하는 모든 기업에 이 명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업탐방-코콤 

 코콤(대표 고성욱 http://www.kocom.co.kr)은 최근 홈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인터폰과 비디오폰 중심의 기존 사업을 디지털 홈 영역으로 전환,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건설회사와 다양한 협력사업을 이끌어온 코콤의 경험이 강점이다. 최근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비디오 및 도어폰 업체가 시장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이런 인간네트워크가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콤은 1996년 IBS사업과 네트워크 사업 진출 경험을 발판으로 2000년 홈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했다. 2002년 일본 유명 대기업에 홈네트워크 시스템 수출했으며, 같은 해 분당 두산 제니스타워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홈네트워크 수주가구 수는 2만 정도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등지에서도 5000여건을 수주했다.

 코콤은 유무선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출시, 신축 건설시장은 물론 기축 건설시장을 공략해 올해 8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100여개 국에 공급한 인터폰을 홈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국내외 건설회사와 수십년 간 쌓아온 끈끈한 인적 인프라다. 주력품목은 월패드 ‘KHN-670 시리즈’다. 기존 홈오토메이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선명한 7인치 LCD모니터와 터치스크린 방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채택,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홈 커뮤니티 기능 △홈 시큐리티 기능 △편리한 기능 △홈 컨트롤 기능을 지원한다. 운용체계(OS)로 임베디드 OS(p-SOS)를 장착했으며, CPU는 암7 리스크 코어, 메모리 4MB 램을 내장했다. 전체 사이즈는 330×232×17㎜다.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은 환기시스템 부문이다. 자회사인 코콤텍을 통해 전열교환기 전문기업인 신우시스템과 제휴를 맺고 기반 기술을 확보해둔 상태다. 이 회사 환기시스템 ‘홈플래시’는 정화능력 및 습도조절능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실내공기가 이산화탄소 농도 1000ppm, 미세먼지 150㎍/㎡을 초과하거나 냄새가 날 경우 자동으로 작동한다. 무선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코콤은 연내에 무선 RF와 지그비·블루투스에 기반한 월패드를 출시하고 기존 비디오 도어폰을 교체해나갈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지그비·블루투스와 같은 무선 기술이 대역폭이 좁아 영상 전송이 어렵지만, 대규모 배선 공사 없이 홈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사업으로 꼽고 있다.

◆인터뷰-고성욱 사장

-최근 도어폰 중심의 홈오토메이션 업체가 홈네트워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76년 창립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홈시큐리티 및 홈오토메이션에 기반을 둔 제품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해왔다. 30년을 넘게 홈네트워크 유사부문에서 관련사업을 해왔다는 얘기다. 이는 업계에서 기술력은 물론 마케팅 능력을 검증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랜드 홈매니저의 특징은

▲가정 내에 모든 정보 가전기기를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집 안팎에서 손쉽게 정보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다. ‘손끝으로 펼쳐지는 편리하고 안전한 디지털 홈’이 목표다. 가정내 모든 기기가 홈매니저 관리프로그램 및 모바일 단말기 등을 통해 제어 및 관리된다.

-주요 구축 사이트는.

▲분당 두산 위브 제니스 타워가 대표적이다. 코콤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적용된 아파트로 홈네트워크 망과 일반 인터넷 망이 분리된 이중망 구조로 설계됐다. 각 세대에는 GUI 기반의 터치스크린 월 패드와 서브폰, 욕실폰, TV주방폰을 채택했다. 15인치 화면으로 각종 기기제어, 세대 및 공동현관 방문자 영상녹화 및 통화, 경비실 상호호출 및 통화기능이 제공된다. 단지 내 화상통화와 세대별 현관 카메라, 공동현관 지문인식시스템, 원격검침, 모니터링 시스템등도 강조했다.

-해외 홈네트워크 시장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실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원한다. 단적인 예로 가스밸브제어서비스를 들 수가 있다. 국내에서는 가스밸브제어기능이 중요한 기능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조리 및 난방용으로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 반면, 조명제어나 냉·난방기기를 하나의 시스템 기반에서 제어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각 국 특징을 살려 선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