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엔진을 장착한 종합 증권사.’
지난 2000년 1월 온라인 종합 증권사의 기치를 내걸고 증권업계에 뛰어든 키움닷컴증권(대표 김봉수). 키움증권은 창립 초기 안팎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설립 6년 만에 9%대(거래량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봉수 사장의 표현을 빌자면 ‘인터넷 엔진’이 제 기능을 발하면서 창립 이듬해부터 흑자 행진을 이어갔으며 급기야 지난해에는 매 분기 순익이 100%씩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회사의 2005사업연도 3분기 누적 순익(2005년 4∼12월)은 32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익 71억원의 네 배를 훌쩍 넘어섰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키움증권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도 장밋빛 일색이다. 지난달 키움증권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일제히 ‘매수’ 의견을 내놓으며 호평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규모의 경제 효과에 기반을 둔 키움증권의 수익 모델은 한 번 완성되고 나면 잠재적 경쟁자의 진입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김 사장도 바로 이 점이 키움증권의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터넷 기업의 특징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지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이후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바로 키움증권이 그러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키움증권의 비약적인 성장의 일등 공신은 인터넷이다. 키움증권은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국내외 60여개 증권사가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온라인 증권사의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성장 가도를 달렸다.
별도의 오프라인 영업지점 없이 타 증권사와 동일한 증권 업무를 수행하면서 저비용 구조를 확립했다. 여기에 ‘영웅문 시리즈’로 불리는 강력한 기능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키움증권만의 독특한 마케팅 활동이 더해지면서 투자자들도 자연스레 키움증권으로 모여들었다.
그렇다고 인터넷만이 오늘의 키움증권을 만든 것은 아니다. 김 사장은 “기존 대형 증권사에 비해 몸집이 작기 때문에 무엇보다 ‘맨파워’가 중요하다”며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한 것은 모두 뛰어난 임직원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증권사의 생명인 고객 관리에도 여느 오프라인 증권사 못지않은 정성을 기울였다. 지점이라는 고객과의 접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의 특성상 이를 보완하기 위해 CEO와 고객 관련 부서장들이 함께 모여 대고객 정책을 논의하는 ‘팬타곤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가졌다. 또 ‘영웅엔젤’이라는 VIP 고객 전담팀을 구성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일대일 감성 마케팅을 벌였다.
이 밖에 모회사인 다우기술로부터 인터넷 부문을 비롯한 IT 운영 전반에 걸쳐 지원을 받은 것도 회사에 큰 힘이 됐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창립 6주년을 맞아 새로운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회사의 약칭을 기존 ‘키움닷컴’에서 ‘키움증권’으로 교체한 것.
온라인 증권사가 ‘닷컴’ 꼬리를 떼낸다는 것이 뜻밖이지만 종합 온라인 금융사 도약을 위한 더 큰 포석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앞두고 향후 금융 계열사를 추가할 경우에 대비해 ‘키움’이라는 대표 브랜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
김 사장은 “키움증권의 역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지금까지의 키움증권은 인터넷 기업이 ‘증권’이라는 옷을 입는 과정이었고 이제는 ‘금융’이라는 더 큰 옷을 입을 차례”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회사의 얼굴 고객센터
‘키움증권에는 100여개에 달하는 지점이 있다(?)’
알려진 대로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에는 단 한 개의 영업지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100여명이 근무하는 고객만족센터(콜센터)는 이러한 키움증권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여느 증권사의 오프라인 지점 못지않은 역할을 수행한다.
센터는 주문·조회·상품안내 및 고객 요구 수렴 등 기본적인 콜센터 업무는 물론이고 권리 업무·유상청약·선물옵션·기업공개(IPO)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증권 전문가 수준의 경험을 갖춘 100여명의 직원은 고객 상담시 중요한 고객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그 고객의 요구사항을 회사 정책과 연계시키는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채널 기능까지 담당한다.
‘영웅엔젤’로 불리며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일대일 마케팅을 담당하는 것도 센터의 역할이다. 영웅엔젤팀은 고객들의 충실한 비서와 마찬가지다. 단순히 고객의 요청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서비스로 고객과의 거리를 줄여 나간다. 고객의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크리스마스카드를 손수 만들어 보내고 고객 취향에 맞춰 음악CD를 선물하기도 한다.
이 같은 고객센터의 역량은 영업 시간 이후까지 지점에 줄을 서서 처리해야 했던 IPO 공모주 청약을 100%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그만큼 회사 차원의 센터 인력에 대한 대우도 동종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김봉수 사장은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에 고객센터는 곧 기업의 얼굴”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끄는 사람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에서 30년째 몸담고 있는 김봉수 사장(52)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김 사장은 지난 76년 굿모닝신한증권의 전신인 효성증권에 공채 1기로 입사해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온라인 증권업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키움증권 창립 때부터 임원으로 참여한 그는 지난 2001년 3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후방에서 오늘의 키움증권을 있게 한 일등공신으로는 윤수영 전무(44)가 꼽힌다. 리테일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는 윤 전무는 창립부터 영업 및 전략 부문을 지휘하면서 철저한 시장 분석에 따른 영업 정책을 펼쳐왔다. 업계 최초로 개별 종목 특성에 따라 증거금률을 차별화한 ‘증거금률 스펙트럼제도’가 그의 작품이다.
김문기 전무(49)는 인사와 재무를 담당하는 키움증권의 ‘살림꾼’이다. 대폭적인 영업 확장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동결 수준으로 묶어 회사 수익성 향상에 크게 공헌했다. 김 전무는 현대중공업에서 재정·기획·자금 업무를 담당했으며 키움증권의 모회사인 다우기술에서 경영지원실 상무를 역임했다.
상품 운용을 담당하는 주원 상무(42)는 최적의 위험관리로 운용 규모 대비 효율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주식운용·선물옵션·파생상품 등 운용팀별로 특성을 살려 시장 위험에 대응하는 수익구조를 마련했다.
이 밖에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이현 상무(48), 도매영업 부문의 이창근 상무(41), IT 부문을 총괄하는 류재수 상무(44) 등도 키움증권을 이끄는 핵심 임원들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